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관련 발언으로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자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미국 국채 가격도 연일 급락하자 투자자들이 금 투자에 계속 매진하면서 금값이 이날도 맹위를 떨쳤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은 2.1%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3244.60달러에 거래됐다. 금 현물은 뉴욕 시장 초반 3245.69달러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장 후반 1.96% 오른 3236.21달러에 거래됐다. 국제금값은 이번 주에만 6% 넘게 급등했다.
미국 가상화폐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니테쉬 샤 원자재 전략가는 로이터에 "금은 트럼프의 무역 전쟁으로 뒤바뀐 세상에서 명백히 선호되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미국 달러 가치는 하락했고, 미국 국채는 신뢰도가 약화되면서 대거 매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84%에서 125%로 인상하며 미국과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켰다.
중앙은행들의 매수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지정학적 불확실성 및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 등이 올해 금값의 랠리를 주도했다.
금값 상승에 반해 미국 달러화의 성적표는 이날 최악이었다. 달러화는 스위스 프랑화에 대해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100선이 무너지며 98.80까지 떨어진 후 후반 0.72% 하락한 99.89에 거래됐다. 이는 2022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달러는 엔화 대비 142.07엔까지 하락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장 후반 0.65% 내린 143.51엔에 거래됐다.
달러화는 원화에 대해서도 낙폭을 키우며 이날 야간 거래에서 14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이날 서울 외환시장 종가 대비 35.40원 폭락한 수준이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벡텔 글로벌 외환 책임자는 미국 경제 예외주의가 약화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달러에서 엔과 스위스 프랑으로의 자산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미국에서 유로존 등 다른 지역으로 투자자금을 다각화하는 ‘대이동(great rotation)’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또한 여전히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해야 한다고 인식하면서 관련 수요 급증이 달러화에 대한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