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교훈: 나폴레옹의 대륙봉쇄와 닮은 미국의 기술·경제 봉쇄
전문가들 "위기가 중국의 기술적 도약 촉발할 수 있어"
전문가들 "위기가 중국의 기술적 도약 촉발할 수 있어"

영미권 매체와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의 관세 압박이 중국 경제와 시진핑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런던 텔레그래프 등 서방 매체에서는 중국 경제의 곧 닥칠 위기를 강조하는 논평들이 연이어 게재되고 있다.
그러나 저명한 경제학자 겨위진(Keyu Jin)은 이러한 예측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녀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기술적 도약은 편안함 속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드물다"며 "갈등, 경쟁, 필요성 속에서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즉, 원자력 에너지 개발, 우주 경쟁, 그리고 현재 미국과 중국 간의 인공지능 경쟁처럼 위험이 가장 클 때 혁신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겨위진은 현재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기술 봉쇄를 역사적으로 나폴레옹이 영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륙봉쇄와 비교했다.
당시 영국은 봉쇄에 대응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산업화와 기계화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증기 기관, 섬유 공장 발전과 해군력 강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에 기초해 볼 때, 중국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반도체, 양자 컴퓨팅, 저궤도 위성, 상업용 우주 정거장, 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단순히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이자 세계 제국의 역사 연구가로 알려진 레이 달리오(Ray Dalio)도 비슷한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달리오는 강대국 간 경쟁이 극심할 때 오히려 기술 혁신과 경제적 도약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트럼프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은 미국의 우방국들까지 포함하면서 국제적 신뢰도에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트럼프는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관세를 일시 중단하고 중국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적 조정을 했지만, 이미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러한 위기 상황이 중국 주식 시장에 장기적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 외부 압력에 맞서 내부 혁신과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반도체, 인공지능, 친환경 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내수 시장 활성화와 함께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새로운 수출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위안화 국제화와 디지털 화폐 개발을 통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통해 오히려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의도와 달리 중국의 기술 혁신과 경제적 자립을 촉진함으로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닌 '중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