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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중국 주식 상장폐지 위험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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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중국 주식 상장폐지 위험 재점화

베선트 재무장관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 발언에 불안감 고조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 8800억 달러 규모 중국 주식 불확실성 직면
중국 전자상거래 사업자인 핀둬둬(Pinduoduo)는 2018년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후 2023년 PDD 홀딩스(PDD Holdings)로 사명을 변경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전자상거래 사업자인 핀둬둬(Pinduoduo)는 2018년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후 2023년 PDD 홀딩스(PDD Holdings)로 사명을 변경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내 중국 기업 주식의 상장폐지 위험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발언해 미·중 금융 디커플링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16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현재 중국 본토 기업 약 280개가 미국에 상장되어 있으며, 이들의 시가총액은 약 8,800억 달러에 달한다. HSBC 보고서에 따르면, 그중 20개 기업은 각각 시가총액이 10억 달러 이상이며 미국에서만 거래되고 있어 상장폐지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 기업들 중에는 테무(Temu)의 모회사인 PDD 홀딩스, 트럭 운송 스타트업 풀 트럭(Full Truck), 전자상거래 업체 비프숍(Vipshop)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발표한 '미국 우선 투자 정책'에서 미국 재무부와 다른 정부 부처에 중국의 미국 투자에 대한 제한을 검토하거나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이 메모는 미국 관리들에게 "외국 기업 책임법(HFCAA)의 적용을 받는 기업에 대해 적절한 재무 감사 기준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라"고 명시했다.

미국 의원들은 2020년 중국이 자국 기업의 미국 감사관과의 재무제표 공유를 차단한 후, HFCAA 법안에 서명했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미국 거래소에서 퇴출될 수 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국가 안보 위험을 이유로 대통령 명령에 따라 중국 기업들을 미국 내에서 강제로 상장폐지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이미 차이나 텔레콤, 차이나 유니콤, 차이나 모바일 등 중국 국영 기업들이 중국군과의 연계 의혹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바 있다. 또한, 2020년 HFCAA 법 통과 이후 디디 글로벌과 페트로차이나 같은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미국 거래소를 떠나 홍콩으로 이전했다.

2022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알리바바와 바이두를 미국 감사 기준 미준수로 상장폐지 위기 감시 목록에 추가했지만, 같은 해 미·중 당국은 미국 관리들이 중국 기업의 장부를 검토할 수 있는 예비 합의를 통해 상장폐지를 막은 바 있다.

뉴욕대 윈스턴 마 법학 부교수는 "중국 ADR 골칫거리가 다시 돌아왔다"며 "해외 투자자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은 3년 전보다 상장폐지 문제에 훨씬 더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 미국인들은 미국, 홍콩, 중국 본토에 걸쳐 약 8,000억 달러의 중국 주식을 청산해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 증시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페리스코프 애널리틱스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는 "중국 주식의 미국 상장폐지 소문이 힘을 얻으면 홍콩에서 2차 상장 물결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HSBC 전략가들은 미국에만 상장된 20개 중국 대기업이 홍콩에서 거래될 경우, 홍콩 거래소의 일일 거래량이 10억 달러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장폐지 위험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맥락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은 미국이 부과한 145%의 관세에 대응해 미국 상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러한 금융 디커플링 압력이 계속된다면,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의 경제적 분리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