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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도 1분기 순이익 6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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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도 1분기 순이익 60% 급증

중국 시장 매출 점유율 지속 하락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성장세 유지
트럼프 관세와 AI 칩 수출 통제 강화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 증가
TSMC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TSMC 로고. 사진=로이터
대만 반도체 제조 기업인 TSMC가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되는 가운데에도 2025년 1분기에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17일(현지시각)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TSMC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3% 증가한 3615억6000만 대만 달러(약 109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분기 매출은 41.6% 증가한 8392억5000만 대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더욱 주목할 만하다. TSMC의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은 2019년 20%에서 2024년 11%로 감소했으며, 2025년 1분기에는 더욱 하락하여 전체 매출의 7%에 불과했다.

TSMC 회장 겸 CEO인 C.C. 웨이는 최근 "더 이상 모든 칩 개발자들이 TSMC의 고객이 아니며, 일부 중국 칩 개발자들은 내 고객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TSMC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 반도체 산업에 예상보다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현재 미·중 갈등의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TSMC의 주요 고객인 엔비디아와 AMD는 워싱턴이 중국으로의 AI 칩 수출 규제를 강화한 후 각각 약 55억 달러와 8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TSMC의 핵심 장비 공급업체인 ASML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반도체 산업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대한 추가 1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가파른 관세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TSMC의 해외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로,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AI 컴퓨팅 수요가 주춤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기술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AI 수요가 엄격한 수출 통제, 중국 딥시크의 경쟁 압력, 관세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가전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의 고쿨 하리하란 전무이사는 "미국과 중국의 소비 수요 둔화로 인한 영향은 2025년 하반기와 2026년에도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AI가 아닌 부문에서 더 빠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TSMC는 놀라운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중 기술 갈등이 심화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신중한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다른 지역에서의 성장으로 상쇄할 수 있는 다각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TSMC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재편되는 과정에서 TSMC의 대응 전략은 글로벌 기술 산업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