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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회장, 외국인 경영진 영입으로 '워싱턴 리스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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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회장, 외국인 경영진 영입으로 '워싱턴 리스크' 돌파

현대차그룹, 미국 정치 지형 변화 선제적 대응 위해 체질 개선 나서
호세 무뇨스 CEO·드루 퍼거슨 워싱턴사무소장 등 외국인 경영진 영입
"외국인 경영진 영입은 단순 '글로벌화'가 아닌 '미국화'에 가까운 접근"
현대차그룹이 주요 대미(對美) 라인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이 주요 대미(對美) 라인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나연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책을 돌파하기 위해 그룹내 대미(對美) 라인을 확대 개편하고 나섰다. 미국 정치 지형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와 외교·정치통을 전면 배치하고 있다. 이른바 '워싱턴 리스크'를 인재 확보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정관계 네트워크에 정통한 인물들을 그룹 내 핵심 보직에 배치해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재계 인맥을 활용해 정책 흐름을 조기에 포착하고 주요 사안에 대해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정 회장의 이같은 조치는 HMG워싱턴사무소장에 공화당 소속인 드루 퍼거슨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앉히면서 방점을 찍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오는 5월 1일자로 퍼거슨 전 의원을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인재 영입은 미국 시장에서 관세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 거버넌스를 구축해 미국 시장에 대응을 더 신속히 하려는 행보"로 분석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북미통'인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사상 첫 외국인 CEO로 임명했다. 같은해 주한 미국대사 출신 성 김 현대차 자문역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외교 라인도 강화했다.

2023년 8월 신설된 현대차 글로벌 대관 조직인 글로벌 폴리시 오피스(GPO)가 대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GPO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일범 부사장을 필두로 외교부·산업부·학계 등 민관 출신 전문가들이 포진한 조직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전부터 관세·투자 압박에 대비하는 등 그룹 차원의 대미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이번 인사 전략을 단순한 '글로벌화'가 아닌 '미국화'에 가까운 접근이라고 평가한다. 박 교수는 "현지 정치 생리를 이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들이 그룹 차원에서 정책 리스크를 상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단기 대응을 넘어 글로벌 메이커로서 생존을 위한 '지정학적 대응 능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인 경영진들이 현지 지식 배경이 높고 친근감이 있기에 현지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자연스러운 영입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이같은 전략으로 성과가 더 나타나고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외국인 인재 영입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는 현지 맞춤형 전략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운영 비중을 계속 늘려 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신차를 출시할 때 미국 시장에 특화된 신차를 먼저 출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미국 관세 정책 등 국제 정치 흐름에 부합하는 투자 시기와 규모를 탄력성 있게 적용하고 투자와 마케팅 전략을 적절히 잘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미국 현지 네트워크 강화에 힘쓰고 있다. LG그룹은 미국 대외 협력 조직을 구축 중이다. 연초 황상연 소장을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임명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