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단독으로 무역 전쟁을 벌일 듯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그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교역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고 이후 주식 시장의 패닉 매도세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이번 주에도 미국 주식 시장의 3대 지수는 변동성 장세 속에 모두 하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주간으로 각각 2% 넘게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 넘게 하락했다. 미국 주식 시장은 이날 부활절을 앞둔 '성금요일'을 맞아 휴장했다.
조심스러운 낙관론
BCA 리서치의 마르코 파픽 매크로 수석 전략가는 "내가 대체로 낙관적인 이유는 상호관세가 내려갈 수밖에 없고,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동안 90개의 무역 협정을 실제로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픽은 주식 시장의 추가 변동성을 예상하면서 S&P500 지수가 4800선까지 재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지점이 투자자들이 다시 매수에 나설 적기라고 진단했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제이 우즈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우리는 관세와 관련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알고 있고, 관세 문제가 지금 협상 중이라는 것도 안다"면서 "사람들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두려워했던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그런 이슈들이 시장과 주도주에 어떤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가 전략가들은 대체로 최악은 지나갔다는 시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웰스파고의 크리스토퍼 하비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다시 5000선 아래로 떨어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개입하는, 이른바 '연준 풋(Fed put)'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수가 4월 8일 저점인 4983선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다"면서 "변동성이 낮은 종목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실적 시즌에 대한 우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엿보인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우즈는 S&P500 지수의 다음 주요 지지선으로 피보나치 되돌림 비율 기준 5130포인트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실적 시즌이 전개되면서 많은 장애물이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아직은 ‘이제 괜찮다’고 선언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양호다는 것이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일부 S&P500 기업 중 약 72%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공개했다.
이러한 실적 시즌 초반의 강세는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금융 업종의 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
지금까지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애널리스트들이 계속해서 전망치를 낮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기존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유지해 왔다.
반면, 가이던스를 낮춘 기업들은 주가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전일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이 연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뒤 주가가 폭락하면서 다우지수가 1% 넘게 급락했다.
다음 주는 월가의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화한다. 매그니피센트 세븐(M7) 기업에 해당하는 주요 기술기업인 알파벳과 테슬라를 포함해 120개 이상의 S&P500 기업들이 실적 발표에 나설 예정으로 시장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