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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한국, 조선업 앞세워 대미 통상 협상서 관세 완화 노린다”

지난 2023년 10월 18일 성남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 한화오션의 잠수함 모형이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10월 18일 성남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 한화오션의 잠수함 모형이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조선업 부활을 공언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이같은 의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대미 관세 압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금명간 열릴 예정인 미국과 통상 협상에서 자국 조선업 역량을 부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미국 조선업 재건' 목표에 협력 의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조선업 국가로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사가 미국 해군과 민간선박 부문에서 협력을 모색해온 바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국회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조선업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분야는 매우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협상을 통해 막으려는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25% 수준의 고율 관세다. 대상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LG전자 세탁기 등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새 통상 합의에 조선업 협력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대규모 구매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음 주 워싱턴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회동을 추진 중이다. 그는 “한미 동맹을 안보뿐 아니라 경제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것이 현명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중국이나 유럽처럼 보복 관세로 맞서기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법을 선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 연설에서 “상업 및 군사용 조선업을 포함해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산하에 ‘조선업 전담 사무국’을 신설했다. 그는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국제 무역에 투입되는 미국 선박 수 확대를 지시했고 동맹국 조선업체의 미국 투자에 인센티브 제공도 약속했다. 또 중국산 또는 중국 국적 선박에 대한 항만 정박료를 수백만 달러 부과하고 이 수익을 미국 조선업에 재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같은 조치가 중국산 선박 구매를 꺼리게 만들 경우 한국 조선업게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 선박 구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 성공 이전인 지난해 2월에도 이미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에 협력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당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장관은 한국 조선소를 방문해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 동맹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이 스티브 브록 전 장관 고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 인수에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했다. 이 조선소를 통해 미국 해군 수주를 노리는 동시에 미국 내 역량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해 한화오션은 주한 미군 보급선박 정비를 맡으며 미군 선박 정비를 처음으로 수주했다.

현대중공업도 미국 최대 군함 제조업체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와 파트너십을 검토 중이다. 양사는 각국에서 이지스 구축함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국방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와 해양 드론 공동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협력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박용 철강 등 주요 소재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고율 수입관세로 인해 미국 내 생산 선박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미국 방산 산업에 외국계 기업이 본격 진입하는 데에는 규제와 정치적 장벽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선업 역시 트럼프가 동맹국을 압박하는 또 하나의 분야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