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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시장서 ‘메이드 인 차이나’ 점점 사라진다…中 수출업계 ‘美 빼고 살길 찾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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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시장서 ‘메이드 인 차이나’ 점점 사라진다…中 수출업계 ‘美 빼고 살길 찾기’ 나서

지난 2019년 8월 8일(현지시각) 중국 선전의 자오치그룹 산하 TV 공장에서 직원이 미국 수출용 스마트 TV 상자에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8월 8일(현지시각) 중국 선전의 자오치그룹 산하 TV 공장에서 직원이 미국 수출용 스마트 TV 상자에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광저우에서 최근 열린 제137회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광저우 캔턴페어)에서 중국 수출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이후 다수의 중국 업체들이 미국 수출을 중단하고 유럽·남미·러시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미국 공영라디오 NPR이 20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NPR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제품의 90%를 판매해온 광둥성 포산시의 미니 오븐 제조업체 ‘제로포인트 지능전기’는 이번 달 들어 사실상 가동이 멈췄다. 이 업체의 스티븐 장 영업담당 매니저는 NPR의 인터뷰에서 “원자재 공급을 끊고 근로자들을 전원 휴직시켰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광둥성의 가전업체 ‘갤스전기’ 역시 미국 수출 중단 사태를 맞았다. 믹서기·주서기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매니저 모니카 량은 “미국 고객사들이 전부 주문을 취소했다. 8개 컨테이너 분량의 제품이 이미 배를 타고 가는 중에도 취소 지시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부터 중국산 가전에 최대 145%의 기본 관세율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광둥성의 또 다른 가전업체 ‘킨윙전기’는 미국 고객사들의 주문이 하루아침에 무더기로 취소되는 사태를 겪었다. 잭키 장 매니저는 “다음 날 아침부터 고객들의 전화와 이메일이 폭주했다”며 “미국 시장은 완전히 막혔다”고 말했다.

NPR은 미국 무역대표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기준 미국의 중국산 수입액은 총 4389억 달러(약 610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연합,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입처였다. 그러나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반스-프리차드 수석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관세 수준은 2~3년 안에 양국 간 대부분의 무역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중국과 매우 좋은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관세 인상에 대해 “우스꽝스럽다”고 반발한 바 있다.

중국 수출업계는 내수 시장 확대와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다양한 전략을 시도 중이다. 톈진에 본사를 둔 한 자전거 제조업체의 장정강 매니저는 “국내 수요와 더불어 남미·유럽·러시아 등지의 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제품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품 특성상 내수 전환이 어려운 업계도 있다. 갤스전기의 량 매니저는 “중국에서는 주서기보다 뜨거운 음료가 인기가 많고 우리 제품은 유럽·미국 스타일의 디자인이라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며 “유럽 시장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킨윙전기는 우회 수출 경로도 검토 중이다. 장 매니저는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제3국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미국 시장에 우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가 오는 7월까지 유예한 상황이어서 이 전략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