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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디자인은 미국·생산은 중국…애플 아이폰 ‘탈중국’ 쉽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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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디자인은 미국·생산은 중국…애플 아이폰 ‘탈중국’ 쉽지 않은 이유

애플 아이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아이폰. 사진=로이터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의 원산지를 따지는 일은 간단치 않다.

설계는 미국에서 한다는 점에서 미국 제품이지만 생산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전자제품에 최고 245%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애플이 중국에 깊숙이 뿌리내린 공급망에서 벗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는 “전 세계 아이폰 10대 중 9대가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애플이 자랑하던 글로벌 공급망이 이제는 최대 리스크로 돌아왔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실제로 애플은 1년에 2억2000만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하는데 대부분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 후 미국으로 수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자기기 일부에 부과한 관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했지만 반도체 및 전체 전자 공급망에 대한 조사 착수를 언급하며 “어느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더 이상 중국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모든 전자제품 제조를 국내로 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애플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애플의 학술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엘리 프리드먼은 “애플은 2013년부터 공급망 다변화를 이야기했지만 미국은 항상 후보군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애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봉쇄 사태의 여파로 제조차질을 겪은 뒤 베트남과 인도로 일부 조립을 이전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니케이아시아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애플의 주요 협력업체 187곳 가운데 150곳 이상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운영하는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 시티’로 불릴 만큼 대규모 조립 라인으로 꼽힌다. 공급망 전문가 지거 딕싯은 “애플은 미·중 갈등의 정점에 위치해 있으며 관세는 이 노출 비용을 상기시켜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반격에 나섰다. 미국산 제품에는 125%의 보복관세를 예고했고 희토류와 자석 등 전략 광물 수출 통제에 나섰다. 이에 따라 중국 밖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애플이 에어팟 생산기지를 옮긴 베트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대상 국가로 46%의 관세가 예고된 바 있다.

프리드먼은 “수십만 명이 일하는 폭스콘급 공장을 유치할 수 있는 나라는 아시아 외에는 없다”며 “그마저도 모두 높은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애플은 202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와 비보에 1위 자리를 내주며 경쟁에서 밀려났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술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와 검열을 강화하고 있으며 애플은 블루투스와 에어드롭 기능 제한 등 정부의 요구에 따르고 있다.

애플은 최근 미국에 5000억 달러(약 92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앞에서 이마저도 불충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딕싯은 “스마트폰 관세가 현실화하더라도 애플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운영과 정치적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리드먼은 “아이폰이 이번에 관세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애플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