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이후 주문 동결...브라질로 농산물 수입 전환해 트럼프 지지 농민층 압박
브라질산 대두 가격 시카고 선물보다 10% 상승..."미국산보다 공급 안정성 높아"
브라질산 대두 가격 시카고 선물보다 10% 상승..."미국산보다 공급 안정성 높아"

21일 일본의 영자신문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1월 중순부터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줄이는 대신 브라질과 같은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늘려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농업 단체들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했으며,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대해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닛케이가 미국 농무부의 해외 주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1월 16일 이후 중국 기업이 발주한 대두와 옥수수 주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매달 여러 건의 주문이 이루어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캠페인에서 중국 수입품 전체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실제로 지난 4월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45% 인상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3월 미국산 대두, 옥수수, 닭고기 등에 최대 15%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주요 수입국으로 브라질을 선택했다. 브라질 대두 재배자 협회의 마우리시오 부폰 회장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중국이 4월 초 일주일 동안 최소 240만t의 대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보통 한 달에 처리하는 주문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례적으로 많은 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 시작된 무역전쟁 이후, 중국은 이미 미국산 대두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2017년 중국의 대두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였으나, 2024년에는 20%로 감소했다. 반면 브라질산 대두 비중은 같은 기간 50%에서 70%로 증가했다.
브라질산 대두에 대한 중국의 수요 급증은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브라질 대두 가격은 글로벌 벤치마크인 시카고 선물 가격보다 약 10% 높게 형성됐다. 일반적으로 브라질산 대두는 공급량이 풍부한 이른 봄에는 시카고 선물 가격보다 저렴한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4월 말에도 계속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제분회사인 닛푼(Nippn)의 핫토리 히데키 수석 곡물 분석가는 "브라질산 대두가 미국 제품보다 가격 인상과 공급 부족 위험이 적기 때문에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은 대두와 옥수수를 넘어 다른 품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의 통계에 따르면, 3월 미국산 원면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으며, 1~3월 분기 미국산 밀 수입은 전년 동기의 1%에 불과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천연자원으로도 확산되어, 같은 기간 미국산 원유 수입도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농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대두협회의 케일럽 래글랜드 회장은 이달 초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조속히 협상하고 합의에 도달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대두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의 무역전쟁으로 미국 농업 부문은 중국 시장 점유율의 10% 이상을 잃으면서 약 26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농업 부문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농업 부문은 전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 중 하나로, 중국의 이번 조치는 정치적으로도 미국 내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농무부와 무역대표부는 현재 중국과의 무역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