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잔뼈 굵은 협상가 발탁, 미·중 넘어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 주도 기대
RCEP, CPTPP 등 지역 경제 통합 가속화…디지털 무역·친환경 협력 강화 전망
RCEP, CPTPP 등 지역 경제 통합 가속화…디지털 무역·친환경 협력 강화 전망

리청강 신임 수석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단순히 미·중 무역 관계의 안정화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풍부한 다자간 협상 경험과 법률 전문성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성공적인 이행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CPTPP는 미국이 탈퇴한 이후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거대 경제 블록으로, 중국의 가입은 역내 경제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한, 중국은 디지털 경제 파트너십 협정(DEPA) 가입을 통해 디지털 무역 규범 설정에서도 주도적인 입지를 확보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 2위의 디지털 경제 대국인 중국이 DEPA에 합류한다면, 데이터 흐름, 전자 상거래 등 미래 무역의 핵심 영역에서 글로벌 규칙 제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리청강 대표의 법률적 전문성과 국제 규범에 대한 깊은 이해는 이러한 복잡한 협상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중국은 아세안(ASEAN), 걸프협력회의(GCC) 등 다양한 지역 경제 블록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중심의 전통적인 무역 질서에서 벗어나, 다극화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장기적인 전략과 맞닿아 있다. 특히, 에너지 안보와 전략적 요충지인 중동 지역과의 경제 협력 강화는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물론, 중국의 다자주의 무역 외교 강화 전략에는 넘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 심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해협 긴장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중국의 다자간 협상 노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유럽연합(EU)과의 포괄적 투자협정(CAI) 협상 재개 여부 역시 불투명하며, 중국의 시장 접근 방식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그러나 리청강이라는 노련한 협상가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의 체계적인 협상 스타일과 국제적 신뢰도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 압박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자간 협력을 통해 글로벌 무역의 규칙 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리청강 신임 수석대표의 임명은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을 넘어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을 주도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국은 RCEP, CPTPP 등 주요 지역 경제 통합 노력을 가속화하고, 디지털 무역 및 친환경 협력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 글로벌 표준을 설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격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중국의 다자주의 무역 외교 전략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