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마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과 미국은 관세에 관한 어떠한 협의나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은 혼란을 조장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 전용 에어포스원 기내에서도 기자들에게 “중국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승리일 것”이라며 “관세를 통해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나 그들(중국)은 시장 개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지역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은 미국이 부과한 관세에 대해 국제 규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일방적 이익만을 앞세워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측의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재집권한 이후 추진하고 있는 강경한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현재 수십 개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춘계 회의에 참석한 외국 고위 관계자들과 워싱턴에서 ‘속전속결’ 협상을 벌였지만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협상 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대부분의 재무장관들은 여전히 관세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위험을 우려했다.
파스칼 도노후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에서 일자리, 성장, 생활 수준에 걸린 리스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 완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이 미국산 의약품 일부에 대해 부과했던 125% 관세를 면제했으며 백신·화학제품·항공기 엔진 등 131개 품목에 대한 추가 면제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한 공식 발표는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성과가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시게루 이시바 일본 총리와 무역 합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