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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언에 뒤집힌 캐나다 총선…자유당, 보수당에 역전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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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언에 뒤집힌 캐나다 총선…자유당, 보수당에 역전 우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리에서 선거 유세 중인 마크 카니 자유당 대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리에서 선거 유세 중인 마크 카니 자유당 대표. 사진=로이터


캐나다 총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판세가 뒤집히면서 자유당이 보수당을 앞서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총선은 캐나다 주권을 위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무역전쟁 우려로 인해 향방이 달라졌다"고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마크 카니 자유당 대표는 이날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유세를 마무리하며 “캐나다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루 전 밴쿠버에서 열린 필리핀계 커뮤니티 행사 '라푸라푸 축제' 차량 돌진 테러로 최소 11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모든 캐나다인들과 함께 애도한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바야니한’(Bayanihan·필리핀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미국의 주가 돼야 한다”며 “우리는 캐나다로부터 필요한 것이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같은 발언은 이미 고조된 캐나다인들의 주권 불안을 더욱 자극하며 선거 막판 분위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자유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수당에 27%포인트 이상 뒤지며 대패가 예상됐다. 보수당 피에르 푸알리브르 대표는 집권 자유당과 연정 파트너였던 신민주당(NDP)을 공격하는 전략으로 지지세를 키워왔지만 트럼프 변수로 인해 역전에 직면했다.

스콧 리드 전 총리공보국장은 더가디언에 “가까운 동맹국이 경제·안보적 위협이 된 상황은 전례가 없다”며 “마크 카니가 26%포인트 열세를 극복해 과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전례 없는 일이 아니라 엄청난 중대성을 지닌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푸알리브르 대표는 27일 사스카툰 유세에서 “10년간의 자유당 정부는 세금과 적자만 키웠다”며 “마크 카니가 저스틴 트뤼도의 4선 연임을 이어가게 놔둘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발언으로 캐나다 주권에 대한 위기의식이 급격히 커지면서 보수당이 의존해온 고령층 남성 유권자 지지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총선은 양대 정당 대결 구도가 강화되며 소수당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자그밋 싱 NDP 대표는 지역구인 버나비 사우스에서 낙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엘리자베스 메이 녹색당 대표도 고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민주당은 자유당을 지지했던 이력이 트럼프 사태 이후 유권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미 조기투표를 통해 700만명 이상이 투표를 마쳤으며 이는 역대 최대 기록보다 25% 많은 수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