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가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전세계 50개국의 경제 전문가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이 '높음' 또는 '매우 높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미국 수입품에 대해 10% 일률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는 14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한 조치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조사에 응한 TD증권의 제임스 로시터 글로벌 거시전략 책임자는 "기업들은 현재 7월 상황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1년, 5년 뒤는 더더욱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관세 조치로 금융시장에서는 수조달러 규모의 주식가치가 증발했으며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달러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거나 철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 설문에서 '관세가 기업 심리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92%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인도와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면 '중립'이나 '긍정적' 응답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7%로 낮아졌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소폭 낮은 2.8%를 제시했다. 조사 대상 48개국 중 28개국의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됐고 멕시코와 캐나다의 성장률은 각각 0.2%, 1.2%로 크게 낮아졌다.
로이터는 "성장 기대치 하락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초래한 하방 압력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4.5%, 1.7%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분기와 변동이 없었다.
또 고율 관세로 인해 세계 중앙은행들의 물가 안정 목표 달성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이번 설문에 따르면 주요 29개 중앙은행 중 19곳이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티머시 그래프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거시전략 책임자는 "최대 교역국과의 단절은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실질소득과 수요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확률이 낮았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고물가 동시 진행)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