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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화웨이 AI칩 도입 검토… 美 수출통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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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화웨이 AI칩 도입 검토… 美 수출통제 충돌

20억 링깃 AI와 어센드… 데이터 통제권 강화 속 화웨이 칩 채택 저울질
수출 통제와 패권 경쟁… 美 글로벌 가이드라인 속 외국 정부 첫 사례 가능성
AI 블록화와 한국 반도체… 동남아 인프라 다변화 속 HBM 가치사슬 긴장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화웨이 로고. 사진=로이터


말레이시아 정부가 20억 링깃 규모의 국가 AI 구상에 중국 화웨이의 가속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각) 미국 정부의 글로벌 수출 규제 경고 속에서도 어센드 910C 채택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남아 지역의 중국계 AI 인프라 확산 흐름은 엔비디아 공급망에 편입된 한국 HBM 메모리 업계의 통상 지형에도 직접 연결된다.

20억 링깃 AI와 어센드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 데이터 통제력을 강화하는 20억 링깃(약 4억 9000만 달러) 규모의 인프라 사업에서 기저 하드웨어로 화웨이 제품을 활용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 도입 검토 대상 모델은 화웨이의 주력 가속기인 '어센드 910C'다. 상위 모델인 어센드 950 시리즈는 수율과 생산 물량이 극히 한정된 탓에 이번 조달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해외에서 개발된 기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객체에 머물지 않겠다는 국가 발전 비전을 제시해 왔다.

안와르 행정부는 화웨이가 공급하는 물리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자국 통신사들이 해외 첨단 기업과 손잡고 종합 AI 프레임워크를 공동 설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수출 통제와 패권 경쟁


말레이시아가 화웨이 반도체 도입을 확정하면 외국 정부가 미국산을 배제하고 중국산 AI 가속기를 공식 채택한 첫 확인 사례로 기록된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조 장비 수출 제재 속에서도 화웨이는 독자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다. 화웨이의 가속기는 여전히 미국 엔비디아의 최고급 칩과 비교해 성능 격차가 뚜렷하다. 그러나 양산 역량이 안정화되면서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신흥 시장 데이터센터 영역에서 교두보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화웨이는 이집트 정부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수주전에도 뛰어들었으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맞서 대항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 장비 도입 검토는 워싱턴과의 통상 마찰을 촉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어센드 910C 사용이 자국의 대중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일반 가이드라인을 전 세계에 공표하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개별 제재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향한 글로벌 통제 지침이었다.

미 정부는 과거 화웨이 5G 통신망 차단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글로벌 AI 인프라를 장악하는 사태를 봉쇄하기 위해 동맹국에 미국산 하드웨어 사용을 권고해 왔다. 말레이시아의 이번 선택은 전 세계 AI 인프라 통제권을 다지려는 미국 정부의 구상과 정면으로 상충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하고 있다.

AI 블록화와 한국 반도체


말레이시아의 기술 탈미국 행보와 중국산 AI 칩 채택 움직임은 엔비디아 가치사슬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수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 동남아 신흥국들이 가격 경쟁력과 현지 맞춤형 전략을 앞세운 화웨이 생태계로 기울 경우, 미국산 칩 일변도였던 글로벌 빅테크 데이터센터 공급망의 독점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올가을 들어서는 말레이시아 총리실의 공식 조달 발표 시점에 맞춰 미국 상무부의 추가 통상 압박 여부가 시장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나아가 아세안 주요국들이 중립 노선을 채택해 화웨이 칩 도입을 늘리면 한국 메모리 제조사들의 고객사 다변화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 다만 미 행정부의 제재 경고로 말레이시아가 상업 검토를 철회하고 미국산 장비로 선회하면 이 공급망 분열 시나리오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총리실과 디지털부는 공식 논평을 거부했으나 정부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외교 사안이 아닌 순수한 상업 판단에 기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기술 분석가들은 "화웨이 가속기 성능이 엔비디아를 밑돌더라도 국가 차원의 첫 도입이 성사되면 동남아 신흥국의 연쇄 도입을 부르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