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합성섬유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 결과도 있었고, 전 세계 바다에 떠 있는 부표에서도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는 등 다양한 원인 제공자들이 거론돼왔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매우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 제품에서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현대인이 항상 끼고 다니는 휴대폰부터 시작해 칫솔, 컴퓨터, 신용카드 등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플라스틱을 육안으로 쉽게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장품류, 세안용 액체류부터 치약, 공업 용품, 청소용품 등에도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미세플라스틱의 공급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뜻이다.
자동차 타이어 분진, 전 세계 해양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의 78%
미국의 아웃도어 스포츠 전문매체 이너시아에 따르면 예일대 환경대학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양오염의 주된 요인이 ‘타이어 분진’에서 비롯된 미세플라스틱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면서 전 세계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타이어 분진과 공해의 연관성을 파헤친 전 세계 주요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타이어 분진은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의 무려 78%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타이어 분진이란 차량의 타이어가 도로와 마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즉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나오는 미세한 입자를 말하는 것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주성분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왔으나 과학자들이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확인한 것인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현재 매년 20억개 정도가 생산되는 타이어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해 2020년대 말께면 생산량이 34억개에 육박할 전망”이라면서 전 세계가 타이어 생산량 감축을 비롯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 배출가스보다 더 위험한 오염물질
예일대 보고서에 따르면 타이어 분진의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고무 산화방지제의 일종으로 자동차 타이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6PPD’ 때문이다.
6PPD은 자동차 타이어가 아스팔트와 마찰했을 때 최대한 덜 손상되도록, 즉 타이어 수명을 늘리도록 도와주는 화학물질이다.
영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시험기관인 이미션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국인 미국만 예로들 경우 자동차 타이어에서 나오는 6PPD를 포함한 분진의 양은 차량 1대당 연간 평균 5파운드(약 2.3kg)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의 경우 이보다 적은 2.5파운드(약 1.1kg)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오히려 20% 이상 타이어 분진 발생량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기차의 중량이 내연차보가 무거운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션스애널리틱스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면서 타이어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오염물질보다 약 1850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EU, 2025년부터 타이어 분진 규제
보고서에 따르면 타이어 분진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전 세계적으로 모색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유로7’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규제안을 마련해 오는 2025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유로7은 2025년부터 승용차와 경상용차, 2027년부터 트럭, 버스 등 대형 차량에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목적으로, 특히 종래의 규제 대상인 배출가스 외에 타이어 분진을 새로운 규제 대상으로 채택한 것이 골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국도 6PPD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내년까지 개발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제출해 주의회의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전 세계 타이어 제조업계에서도 타이어 분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예컨대 영국의 친환경 타이어 전문 스타트업 타이어 컬렉티브는 타이어 분진을 줄이기 위한 정전기 집진기를 부착한 타이어를 개발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 이 정전기 집진기가 적용된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에 비해 분진 발생량이 60% 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