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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차세대TV 표준 앞장서온 LG전자, 'ATSC 3.0'서 손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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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차세대TV 표준 앞장서온 LG전자, 'ATSC 3.0'서 손 뗀다

LG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한 ATSC 3.0 표준 호환 'G2' OLED TV.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한 ATSC 3.0 표준 호환 'G2' OLED TV. 사진=LG전자

미국이 제정한 차세대 TV 표준인 ‘ATSC 3.0’에 공을 들여왔던 LG전자가 ATSC 3.0에서 손을 떼는 수순에 나섰다.

ATSC 3.0은 미국이 20년 만에 새로 만든 차세대 방송 표준으로 4K HDR 영상을 송출할 수 있고 방송망과 통신망의 이종 결합을 통한 양방향 서비스도 가능한 기술이다.

4일(현지시간) 더버지에 따르면 LG전자는 ATSC 3.0 표준과 호환되는 자사 TV 제품들에 대한 기술지원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 주파수와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이용해 고화질 영상과 데이터의 고속 송·수신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을 받으며 LG전자도 지난 2016년 국산화에 성공한 이래 자사의 일부 TV 모델에 이 기술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TV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였으나 가장 먼저 ATSC 3.0 표준을 포기하는 첫 번째 기업이 된 셈이다.

ATSC 3.0 특허 침해 소송서 패한 뒤 ATSC 3.0 기술지원 중단 선언

더버지에 따르면 LG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사 TV 제품에 대한 ATSC 3.0 기술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ATSC 3.0 표준의 특허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더 이상 ATSC 3.0에 대한 기술 지원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은 방침을 전했다.

더버지는 “LG전자가 이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앞서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이 지난 7월 내린 판결에서 LG전자가 미국의 콘스텔레이션 디자인이 보유한 ATSC 3.0 표준 관련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하면서 LG전자가 약 168만달러(약 22억7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한 뒤에 나온 조치”라고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콘스텔레이션 디자인이 LG전자 한국 본사, LG전자 미국법인, LG전자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등 3곳을 텍사스 연방법원에 지난 2021년 제소해 이뤄진 재판에서 나왔다. 콘스텔레이션 디자인은 LG전자가 제조·판매하고 있는 OLED TV 등 TV 라인업에 자사 특허를 침해해 만든 ATSC 3.0 규격 수신기가 장착돼 있다면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 美 FCC에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표준특허 적용 촉구


LG전자는 ATSC 3.0 표준 특허와 관련한 분쟁에서 패함으로써 당초 계획과 다르게 발을 빼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향후 미 규제 당국의 조치에 따라 시장 환경에 변화가 있을 경우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동시에 시사했다.

이는 LG전자가 FCC에 보고한 자료에서 “ATSC 3.0 표준 특허를 보유한 일부 기업들이 전 세계 주요 표준화 기구들이 표준특허의 채택 조건으로 삼고 있는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RAND)’을 지키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해 들여다볼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대목에서 확인된다.

LG전자는 “ATSC 3.0 표준을 적극 지지하면서 가장 선도적으로 이 표준을 도입하려 애써 온 기업으로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2020년부터 미국에서 시판되는 OLED TV 모델 등 일부 제품에 ATSC 3.0 수신기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나, ATSC 3.0 표준 특허를 보유한 기업들과 사이에서 특허 사용료를 둘러싼 분쟁이 일어나면서 G, M, Z 시리즈에 속하는 OLED 모델에만 ATSC 3.0 기술 적용을 한정하고 적극적으로 ATSC 3.0 호환 TV 신제품을 내놓지 못해 왔다.

한편, 테크레이다는 “LG전자에 이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삼성전자와 일본의 소니도 ATSC 3.0 표준에서 발을 빼려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라며 “이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경우 안 그래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방송 관련 업계뿐 아니라 ATSC 3.0에 기반한 차세대 TV의 확산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