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자연(自然)이 알고 있는 신비 접하게 해준 한국춤의 진수

글로벌이코노믹

유통경제

공유
6

자연(自然)이 알고 있는 신비 접하게 해준 한국춤의 진수

[무용리뷰] 제9회 우리춤축제 명작명무전 첫 번째 공연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펼쳐진 우리춤협회(이사장 양선희 세종대 무용대 교수)의 제9회 우리춤축제의 네 번의 명작명무전 중 첫 번째 명작명무전은 김영미 재구성의 『학춤』(한영숙류)에서 시작하여 김용철의 『바라춤』(권명화류)으로 끝을 맺었다. 무용계의 비교적 중진이 펼친 무대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도 자신들의 노련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김영미의 『학춤』을 제외하고는 모두 독무로 구성된 첫 날 공연은 조명 등의 적절한 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아 분위기가 반감되었지만 춤꾼들의 춤 자체는 훌륭하였으며, 관객들의 표정들도 진지하였다. 그동안 축적한 우리춤축제의 저력은 다양한 방법론을 구사하며, 한국 전통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써 내려가고 있다. 춤 작가들을 끌어낸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김영미 재구성의 『학춤』(한영숙류)이미지 확대보기
김영미 재구성의 『학춤』(한영숙류)
1. 김영미 재구성의 『학춤』(한영숙류)=한국 전통춤 중 새의 탈을 쓰고 추는 유일한 춤으로써 한성준에 의해 창작되고 한영숙으로 전승된 민속춤이다. 이 춤은 도도한 선비의 기상을 잘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鶴)의 고귀하고 아름다우며 청아한 자태를 아름다운 동작으로 승화하여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본래 독무나 이인무로 추었던 것을 군무로 재구성하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0호인 ‘학춤’은 임금을 송축하기 위해 청학(靑鶴)과 백학(白鶴)의 탈을 쓰고 추는 춤으로 고려 때부터 궁중의례에서 행해 왔다. 조선시대에 학은 신선의 상징이었다. 조선 전기 궁중에서 악귀를 쫓기 위해 베풀던 의식 다음에 학무·연화대무가 연달아 공연되었다. 『학춤』의 반주 음악은 고종 무렵 향당교주(鄕唐交奏)로 바뀐다.
원래 연희되는 두 학은 연통을 중심으로 몸을 흔들기도 하고, 부리를 맞추는 시늉(鼓觜), 부리를 땅에 씻는 시늉(拭地), 목을 쳐들고 부리를 놀리며 벌레를 삼키는 시늉(擧首鼓觜) 등 학의 가지가지 동작을 하며 두 학은 이를 보고 놀라 뛰어나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공연되는 『학춤』은 탈과 의상, 춤사위, 음악 등이 전통 학무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악학궤범 8권에 의하면 학의 의물(儀物)을 만드는 제도에서 학은 청학과 백학 하나씩으로 몸 거죽은 대(竹)로 만들어 종이를 바르고 목은 둥그렇게 대를 말아 엮고, 거죽은 백포(白布), 내경(內頸)은 긴 나무를 쓴다. 숙승(熟繩)을 써서 아래 주둥이에 매달아 이것으로써 흔들어 돌아보고 쪼는 형상을 짓는다. 흰 기러기(白唐雁) 날개를 붙인다.

청학은 청칠(靑漆) 날개를 붙인다. 날개는 관(鸛:학의 일종)의 날개털을 쓰고, 꼬리는 검은 닭 꼬리를 쓰고, 푸른 주둥이를 가진다. 청학은 초록 주둥이다. 두 무릎에는 붉은 치마, 붉은 버선, 붉은 나무발을 입고 신는다. 청학은 푸른 치마, 푸른 버선, 초록 나무발이다. 백포를 썰어 배 밑으로 늘어뜨려 오금을 가리고(청학은 청포), 가슴 앞과 두 날개 밑으로 조그마한 구멍을 내어 상황을 엿보게 한다.

학춤 연기자들은 아무래도 거북한 탈을 쓴 자세로 자신들의 춤 연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어려운 만큼 이 춤이 갖는 매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김영미의 노력에 고마움을 표한다.
출연(춤다솜무용단); 전선욱, 손누리, 박용우, 우경식, 최예솔, 배은정

○김영미
● 세종대학교 무용학 박사
● (현)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현) (사)춤다솜 무용단 이사
● (현)중요무형문화재 제40호 학무 이수자

박서연의 『황진이』
박서연의 『황진이』
2. 박서연의 『황진이』=황진이의 아름다운 자태와 고고한 춤사위, 시를 쓰는 모습, 벽계수에 대한 그리움 등을 표현한 황진이의 심리와 예술성을 나타낸 작품이다. 박서연은 자신의 신체가 갖고 있는 선의 아름다움에다가 최상의 기교를 투입, 황진이의 고뇌를 미학적으로 상격시키는 춤 재능을 보여준다. 원색의 한복이 갖는 비주얼, 선율에 맞춘 춤은 독창적인 자신의 ‘황진이’를 창출한다.

○박서연
● 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석사
●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 박서연 무용학원장
● 충청대 강사

이향미의 『도살풀이춤』 (김숙자류)이미지 확대보기
이향미의 『도살풀이춤』 (김숙자류)
3. 이향미의 『도살풀이춤』 (김숙자류)=도살풀이춤은 도당(都堂) 살풀이춤의 줄인 말로써 민속무의 하나로 행해지고 있는 살풀이춤의 원초형이다. 이 춤은 자연스럽고 소박하여 삶의 깊은 뜻을 가지고 있으며, 긴 수건에 의한 공간상의 유선이 매우 다양하여 선이 그려지는 형태는 소박한 화폭과도 같다. 특히 목젖놀이, 발차는 사위, 용 사위, 낙엽사위 등은 도살풀이춤에서만 보이는 특징적 동작들이다. 이향미는 자신의 개성이 살아있는 지속적 발전가능성이 돋보이는 풋풋한 ‘도살풀이춤’을 선보였다.

○이향미
● 세종대학교 동대학원 졸업, 무용학박사, 우리춤협회이사
● (사)다온예술원 원장
● 세종대학교 글로벌지식교육원 강사

이동숙의 『산조』 (황무봉류)
이동숙의 『산조』 (황무봉류)
4. 이동숙의 『산조』 (황무봉류)=최승희의 연주자로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던 故박성옥의 철가야금으로 연주한 산조곡에 맞추어 한국춤의 아름다운 움직임과 깊은 호흡으로 만들어진 황무봉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로 소박한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 그리고 내면적 한과 흥을 발산하는 춤이다. 이동숙은 전통춤의 장르에 관계없이 춤을 소화해내는 춤연기자로서 언제 이디에서나 자신의 축적된 기교를 보여줄 수 있다. 그녀는 이번 『산조』 공연을 심도있게 연기해 내었다.

○이동숙
●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 세종대학교 박사
● 용인대학교, 서울예고 강사

김미복의 『승무』 (이매방류)이미지 확대보기
김미복의 『승무』 (이매방류)
5. 김미복의 『승무』 (이매방류)=승무는 긴 장삼자락으로 그려내는 직선과 곡선의 웅장하고 엄숙한 전통춤의 미학을 보여준다. 대삼(大衫)과 소삼(小衫)의 대비가 뚜렷하고 긴 장삼이 그려내는 형상은 웅장하고 힘이 넘친다. 민속무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승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이었던 선운 임이조가 그 어떠한 춤보다도 헌신을 다해 추워왔던 대표적 춤이다.

고고하고 단아한 정중동의 춤사위로 전통춤 가운데 가장 전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힘과 신명의 춤사위, 굽히고 돌리는 연풍대(蓮風臺)와 호화로운 장삼놀음, 춤의 경건함을 밟아가는 듯 매서운 발 디딤새, 가슴을 울리는 영혼마저 뒤 엎어 버릴 듯한 세차고 풍요로우며 멋들어진 북 가락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는 춤으로써 민속춤의 정수이다.

김미복은 독일인들이 선호하는 이 춤을 철학적 고뇌를 섞어 자신의 철학으로 풀어내었다.

○김미복
● 현) 김미복무용연구소 대표.
● (사)한국 전통춤연구회 동경지부 지부장.
재일본 한국인 연합회 문화교류 위원장
● 중요무형문화제 제27호승무 전수조교
● (사)한국국악협회 주관 제12회 전국국악
대전 전통무용부분 장원

최정윤의 『장고춤』(진유림류)
최정윤의 『장고춤』(진유림류)
6. 최정윤의 『장고춤』(진유림류)=경기민요 노랫가락, 창부타령과 어우러지는 장고춤은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는 기교가 독특하다. 일반적인 장고춤과는 달리 변화를 넣어 구성으로 흥겨운 춤사위와 발놀림을 더욱 돋보이게 한 춤으로 관객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진 춤이다. 보내는 춤이 아니고 불러오는 춤인 최정윤의 ‘장고춤’은 인간의지의 신비가 숨어있었다.

○최정윤
●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수료
●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 제례악 일무 이수자
● 제7회 인천국악대제전 전국국악경연대회 무용부문대상(문화부장관상)
● 제40회 전주대사습 무용부분 차상

임성옥의 『태평무』(강선영류)이미지 확대보기
임성옥의 『태평무』(강선영류)
7. 임성옥의 『태평무』(강선영류)=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보유자:강선영) ‘태평무’는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춤이다. 의젓하면서도 경쾌하고 가벼우면서도 절도있게 몰아치는 발디딤새가 신명을 불러오고, 기량의 과시가 돋보이는 춤이자 정·중·동의 미적 형식을 가진 완벽한 춤이다. 음악의 구성은 경기도당굿을 바탕으로 낙궁, 터벌림, 올림채, 도살풀이, 자진도살풀이 가락으로 연주된다. 춤의 형태는 독무와 군무가 있다. 임성옥의 ‘태평무’는 묵직한 시대적 광휘를 발휘하는 기품의 춤이었다.

○임성옥
● 태평무 보존회 부회장
● 김백봉 춤 보존회 상임 이사
● 사)우리춤협회 이사
● 경희대, 세종대, 덕원예고 강사

남수정의 『장검무』 (이매방류)이미지 확대보기
남수정의 『장검무』 (이매방류)
8. 남수정의 『장검무』 (이매방류)=한 쌍의 긴 칼을 들고 섬부리, 엇모리, 동살풀이 장단에 맞춰 빠르고 기교적인 춤사위를 박진감 넘치게 이어가는 장검무는 북방의 대륙적 여전사의 정취가 풍기는 이국적 춤으로써 비교적 현대에 이매방에 의해 창작된 춤이다. 남수정의 호방한 춤의 독무는 시적 매력을 갖고 있지만 군무의 위용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작품이다. 춤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녀의 춤은 늘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남수정
● 용인대학교 무용과 교수
● 용인문화재단 이사
● 한국무용역사기록학회 부회장
● 한국무용학회 부회장

김용철의 『바라춤』 (권명화류)이미지 확대보기
김용철의 『바라춤』 (권명화류)
9. 김용철의 『바라춤』 (권명화류)=불교무용 가운데 바라를 쳐서 나오는 은은한 공명소리를 통해 중생을 제도한다고 한다. 박지홍(朴枝洪, 1889∼1961. 판소리의 명창)에 이은 권명화(대구시 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 명인의 바라춤은 불교적 색채에 민속적 요소를 가미하여 희화로운 몸짓을 표현하는 빠른 동작으로 춤사위가 화려한 것이 특징이며 남성적 춤사위로 표현된다. 1966년 대구 KG홀(현 대구시민회관)에서 제1회 권명화 민속무용발표회에서 발표된 이래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김용철은 만능 춤꾼으로 전통과 컨템포러리를 오간다. 오랜만에 진중하게 연기해낸 『바라춤』으로 명무전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김용철
● 계명대무용학과 졸업. 세종대 무용학 석 ·박사졸업
● 서울시립무용단원,
● 구미시립무용단 안무자역임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및 세종대 출강

제9회 우리춤축제 명작명무전 첫 번째 날의 인상은 춤 지식인들의 춤을 읽게 해준 공연이었다. 춤 작가들의 춤 사연과 스토리를 안다면 그 춤은 부동의 흥미를 가진 춤으로 다가 올 것이다. 우리 춤에 몰입하면 자연(自然)이 알고 있는 신비를 접하게 되는 셈이다. 첫 날을 빛낸 춤의 가치와 공감의 좌표축에 어떠한 형태로건 기법의 혁신이 들어있다. 주목해볼 일이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