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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2016임수정 전통춤판 『선경풍류, 仙境風流』…악가무시서화(樂歌舞詩書畵)가 어우러진 고품격 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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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2016임수정 전통춤판 『선경풍류, 仙境風流』…악가무시서화(樂歌舞詩書畵)가 어우러진 고품격 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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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춤예술원이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한국전통춤협회, ArtsKoreaTV, 인도박물관, 국악방송이 후원한 2016 임수정(예술감독, 국립경상대학교 민속무용학과 교수)의 전통춤판 『선경풍류, 仙境風流』가 지난 7월 27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공연됐다. 한여름 밤 추억을 불러낸 그녀의 봄나들이 풍경은 ‘선경풍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임수정이 피사체가 되어 만개한 벚꽃 길을 따라 산책하는 영상은 깊은 감동을 주었고, 춤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일생과 회환, 추억을 담은 정갈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바르게, 곱게, 씩씩하게 다잡았던 결심은 원숙으로 가는 길에서 군더더기를 걷어낸 ‘정수의 춤’ 핵심을 보여주면서 자신만이 아닌 협업의 예술가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게 만들었다.
악가무의 전 과정을 우직하게 수학한 임수정이 자신의 열다섯 번째 개인공연에 초대한 예인들은 주제가 된 제목에 일치되는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내었다. 임수정은 한국전통춤예술원 대표이자 박병천류 전통춤 보존회 회장과 같은 직함보다 춤꾼으로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 듯하다. 명창 이주은의 판소리가 무위자연의 선경을 이끌어 내며 춤과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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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형유산인 ‘판소리’, ‘아리랑’ 등에 맞추어 국가무형문화재 ‘살풀이춤’과 ‘진주검무’ 및 ‘한량무’, ‘입춤’, ‘진도북춤’ 등이 포진한다. 춤이 전개될 때마다 무대 왼쪽에서는 비주얼의 화사를 부르는 서예가의 수묵과 화가의 채색 즉흥 춤 이미지가 영상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투사된다. 소리 사이에 춤이 스며들고, 소리를 타고 긴 여운을 남기는 몽환의 판타지가 지속된다.

『선경풍류, 仙境風流』의 순차적 구성은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 시창(詩唱)과 영상, 1931년생 여류시인 초이(初荑), 김양식(金良植, 인도박물관 관장)이 두루마리에 쓰인 시를 읊었다. ‘어화둥둥, 녹색의 장원 선경풍류(仙境風流)의 한 바탕 춤판이여 (중략) 황홀하게 황홀하게 춤을 춰야지 -’ ‘선경풍류’를 담은 노시인의 시와 황정남의 영상이 관객을 압도했다.

이어 동아국악콩쿠르 금상(1993), KBS국악대경연 금상(1997), 남원 춘향제 명창부 대통령상(2004)을 수상하고 현재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판소리 주자 이주은이 화면 가득 밀려오는 봄 벚꽃 화면을 받아 봄을 노래했다. 그 분위기에 성주풀이에 맞춘 한국전통춤예술원의 이해선과 이선희의 ‘입춤’은 봄꽃에 어울리는 춤사위와 춤태로 관객을 황홀에 이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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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춘향가’ 중 대화체 ‘사랑가’를 유태평양(국립창극단, 제28회 동아국악콩쿠르 금상 수상 )이 담당, 몽룡과 춘향이 백년가약을 맺을 때의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해 내었다. ‘긴 사랑가’는 진양조장단에 우조로 부르며, ‘자진 사랑가’는 중중모리장단에 평조와 계면조를 섞어 부르는 법이다. 자연스럽게 ‘한량무’(노수은, 한국춤보존협회 이사장)와 임수정의 춤이 어우러진 ‘흥춤’이 끼어들었다.

교방청 예기들에 의해 널리 추어진 교방청 계열 검무의 대표적 춤인 진주검무보존회의 ‘진주검무’가 전통의 빛깔을 보이다가 다시 이주은이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를 불렀다. 아버지의 한양 내직 제수로 몽룡과 춘향이 이별하는 내용이다. 이별 소식을 듣고 놀라는 춘향의 모습과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하는 연인의 애절함이 사설로 담겼다.

전통음악그룹 ‘판’(대표 유인상) 일원의 구음에 맞추어 결 고운 임수정의 이매방류 ‘살풀이춤’이 이어졌다. 이 춤은 단아함, 청량감을 실어 자신의 내적 순수를 드러내는 정화의식으로도 쓰였다. ‘살풀이춤’의 반동은 최고은, 고유미, 피채희 3인의 ‘아리랑 연무’(아리랑)가 맡았다. 아리랑 선율에 맞추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이 춤은 두드러지게 춤의 격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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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는 임수정의 ‘진도북춤’이었다. 그녀의 박병천류 ‘진도북춤’은 화려한 북장단과 춤사위를 기본으로 두 손에 북채를 들고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즉흥성과 신명을 바탕으로 춤을 이끌어갔다. 강렬한 북가락과 함께 다양하고 유연한 장구가락을 동시에 갖고 있어 남성적 힘과 여성적 섬세함이 어우러져 독특한 흥과 멋을 함축하고 있었다.

임수정, 바람 타는 날에는 가슴으로 다가오는 선율에 자신을 맡겨 새털처럼 가볍게 춤을 춘다. 그녀의 기념비적 개인공연은 참여한 모든 예인들과 관객들을 고귀하게 만든 소중한 공연이었다. 그녀의 춤은 커다란 울림으로 내려앉은 춤을 끌어올리고, 우리 춤의 사위와 디딤을 꽃으로 환치시킨 고품격 공연이었다. 그녀에게 바람불어 좋은 날이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