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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공지능이 '인간 이력서 검증하는'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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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공지능이 '인간 이력서 검증하는' 시대 열렸다

인공지능이 기업의 입사 지원 심사에 활용되는 시대가 열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데일리메일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이 기업의 입사 지원 심사에 활용되는 시대가 열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데일리메일

이력서를 통해 입사 지원하는 방식이 머잖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대변되는 AI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사람이 입사 지원자를 직접 거르는 일이 AI로 상당 부분 대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AI가 인재 선발 과정에 개입하는 전혀 새로운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지원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오히려 공정한 채용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가운데 AI가 채용 심사에 개입하기 시작한 시대에 필요한 노하우를 미연방 공평고용기회위원회(EEOC)가 제시했다

◇S&P500 상장 기업, 대부분 입사 지원자 검증에 AI 기술 활용


26일(현지시간)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미국 재계에서 AI를 활용한 채용 심사는 이미 널리 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상장된 대기업들의 경우 직원 채용 과정에서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EEOC가 ‘AI 시대의 고용 차별’이라는 주제로 지난 1월 마련한 공청회에서 공개했다. EEOC는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미국 연방법을 집행하는 부처다.

EEOC는 “S&P 500지수 상장 대기업의 99%를 비롯해 미국 사용자의 80% 이상이 어떤 식으로든 입사 지원자 선별 과정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구직자들도 4명 중 3명꼴로 챗GPT 활용


입사지원서 검증용 AI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 사진=레주메빌더닷컴이미지 확대보기
입사지원서 검증용 AI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 사진=레주메빌더닷컴


미국의 온라인 구인 플랫폼 레주메빌더닷컴이 지난 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일맥상통한다.

레주메빌더닷컴에 따르면 현재 구직 중이거나 최근 구직 활동을 한 적이 있는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명 가운데 3명이 챗GPT의 도움을 받아 이력서를 비롯한 입사 지원서를 꾸민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들만큼이나 구직자들도 대부분 첨단 AI 기술을 취업 과정에서 활용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특히 챗GPT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입사 지원서에 대한 만족도를 레주메빌더닷컴이 물은 결과 응답자의 과반이 상당히 만족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과 어느 정도 만족한다는 의견까지 합하면 챗GPT 경험자들은 대부분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면접 성사율 및 합격률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 응답자의 78%가 서류 심사를 통과했고, 최종 합격한 비율도 59%에 달했기 때문이다.

◇채용에 활용되는 AI의 한계


EEOC는 인사 담당자에 앞서 1차적으로 이력서를 검토하는 작업이나 화상 면접에 투입되는 AI의 특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력서 검증용 AI는 사전에 입력된 지원 자격만을 기준으로 이력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고 화상 면접에 동원되는 AI는 면접자의 얼굴 표정이나 말투에 집중해 살피기 때문에 일정한 편견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 EEOC의 지적이다.

예컨대 실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지원자임에도 AI가 보기에 질문에 답하는 것이 서툴고 말투가 어눌하면 언어 능력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단정하고 아예 탈락시키는 경우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AI가 채용 심사하는 시대의 입사 지원 요령


따라서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AI가 채용 과정에 개입하는 시대에는 그에 맞는 입사 지원 요령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요령을 간추리면 첫 번째는 이력서에 사진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력서를 검토하는 AI는 대부분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다. 사진을 비롯한 이미지를 이력서에 넣어봤자 AI가 알아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키워드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력서를 검토하는 AI는 지원자가 작성한 이력서에서 직무와 관련한 키워드를 우선적으로 살피도록 설계됐는데 지원자가 직무와 관련한 구체적인 키워드를 이력서에 적지 않으면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것. 어차피 AI가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표현이나 화려한 표현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 번째는 난해한 서체(폰트)는 피하라는 것. 통상적으로 쓰는 서체 외에 매우 독창적이거나 예술적인 서체를 이용해 이력서를 쓰게 되면 AI는 오히려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