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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내년 차세대 질화갈륨 반도체 채택…테슬라도 주목해야 할 돌풍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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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내년 차세대 질화갈륨 반도체 채택…테슬라도 주목해야 할 돌풍 예고

독일 인피니언이 개발한 질화갈륨 반도체(GaN) 기판.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인피니언이 개발한 질화갈륨 반도체(GaN) 기판.
시스템 전체의 전력을 최적화하여 관리하는 전력반도체 기술이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더 높은 강도의 화합물을 사용하여 연구‧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질화갈륨(GaN) 반도체가 주요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일본경제신문 닛케이가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실리콘 기반의 전통적인 제품에 비해 질화갈륨 반도체는 전력 손실이 훨씬 적기 때문에 전력 소비가 큰 분야인 전기자동차(EV)나 데이터센터 등에 이상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높은 제조 비용은 보급의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지만, 2024년 이후 질화갈륨 반도체 기반의 EV 출시 계획으로 대량 생산이 추진됨에 따라 해당 기술의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동일한 제품 내에서도 각 부품마다 필요한 전압과 전류의 크기가 다르므로, 이를 변환하는 기능으로 활용된다. 성능의 개선은 전기차의 주행거리 증가, 공장에서의 에너지 효율 증대 등에 기여한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이미 일부 전기차에서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의 후속 제품으로 간주된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높은 열전도율과 우수한 방열 성능을 자랑한다. 스위치를 전환할 때 발생하는 전력 손실이 기존 제품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전기차, 데이터센터, 소형 전원 공급장치 등에 적합하다.
그러나, 높은 전압과 전류 조건에는 취약하며, 철도나 발전소 같은 분야에는 적합하지 않다. 아직 대량 생산 단계에 이르지 못해 실리콘 카바이드 제품에 비해 비싼 가격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본 기업, 기판 기술에 강점


전력반도체는 화학업체가 개발한 '기판' 위에 트랜지스터와 같은 소자들을 결합하여 '디바이스'의 전자회로를 구성한다. 이 '디바이스'는 '시스템'을 통해 제어되는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 기판 기술에 있어 일본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출원된 전력반도체 특허의 약 40%를 일본이 차지했다. 질화갈륨 기판은 미쓰비시화학그룹이 일본제철과 공동으로 기존 제품보다 수명을 늘리는 새로운 제조 기술을 개발했으며, 2023년 하반기에 샘플을 출시하고 2024년에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스미토모화학도 2024년에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디바이스 분야에서 로옴은 2022년 3월에 질화갈륨 전력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했고, 2023년 4월에는 신제품을 론칭하여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AC 어댑터, 통신 기지국 등에서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도시바는 2024년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니덱과 함께 전기차(EV)용 구동 장치의 연구 및 개발을 진행 중이며, 질화갈륨 디바이스 진출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

질화갈륨 디바이스에는 주로 두 가지 구조가 존재한다. 현재 대부분 사용되는 '수평형 질화갈륨'은 실리콘 등의 기판 위에 질화갈륨 결정층을 형성하여 전류를 가로 방향으로 빠르게 흐르게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가공이 복잡한 질화갈륨 소재를 기판의 표면에만 사용하여 상대적으로 제작이 간편하다. 이러한 접근법은 로옴과 도시바가 중점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반면 '수직형 질화갈륨'은 질화갈륨 기판 위에 직접 질화갈륨을 적층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전적으로 질화갈륨 소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술‧비용 측면에서 사업화 장벽이 높지만 더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에서 800~900V대의 전압이 필요할 경우 수평형 질화갈륨은 버티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일본에서는 주로 화학업체들이 이러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자동차 부붐업체 도요타합성은 오사카대학과 협력하여 기판부터 디바이스까지 통합적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력반도체를 제어하는 시스템에 있어서는 독일의 보쉬와 중국의 업체들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 기업 중 로옴은 지난 3월 질화갈륨 소자의 동작을 제어하는 IC(집적회로) 기술을 개발했다. 전류와 전압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존의 4분의 1로 줄인 2나노초(10억분의 1초)까지 단축시켰다. 무엇보다 필요한 부품의 수를 줄임으로써 회로를 더욱 소형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세계 시장, 2028년 2조6000억원 규모


전기차가 차세대 전력반도체인 질화갈륨의 보급을 주도할 핵심 분야로 꼽히고 있다. 나고야 대학과 다수의 기업들과 협력 중인 야마모토 마사요시 교수는 "2024년에는 질화갈륨을 활용한 전기차가 시장에 등장할 것이며, 그때의 영향력은 테슬라에 버금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테슬라는 2017년 '모델 3'에서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를 도입했다. 이 결정은 실리콘 카바이드 제품의 대량생산과 비용 절감을 촉진했고, 이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24년에 출시될 전기차의 구체적인 모델명과 제조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차량용 충전기(온보드 충전기)에는 질화갈륨 전력반도체가 적용될 예정이며, 여러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2024년 이후 출시할 차량에 이를 채택할 계획이다. 주차 중에 냉각수가 순환되지 않는 차량용 충전기에는 발열을 줄이기 위해 질화갈륨의 사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프랑스의 연구 기관 요르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질화갈륨 전력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2억 달러(약 2643억 원)로 추정되며, 2028년에는 약 20억 달러(2조6430억 원)로 1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디바이스 개발에서 뒤처져


일본 기업들은 질화갈륨 기판 기술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자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일본의 전력반도체 디바이스 시장 점유율은 전체적으로 20%에 불과하며, 질화갈륨 제품만을 대상으로 하면 1% 미만에 그친다.

반면 독일의 인피니언은 올해 3월에 미국의 대기업 건시스템즈의 인수를 발표했으며, 2024년에는 20억 유로(약 2조8475억 원)를 투자하여 말레이시아의 새로운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나고야대의 야마모토 교수는 "일본의 디바이스 기업들이 자급자족주의로 연구와 개발을 추진한 결과, 기판 기술의 디바이스 응용이 부족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파나소닉 홀딩스는 2020년에 반도체 사업을 대만의 누보톤 테크놀로지에 매각했다. 현재는 기판의 개발에 중점을 둔 상황이며, 디바이스 분야에서는 질화갈륨 관련 기술 라이선스를 해외 기업들에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판 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스미토모화학은 국제 디바이스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질화갈륨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최근 정치적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와 세관총서는 지난 7월 갈륨 관련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였고, 8월부터는 중국의 수출 기업들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전세계 갈륨 생산의 98%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까지 큰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전략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