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하원 공화당을 이끄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주도한 임시 예산안이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찬성 198표 대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미국 의회가 29일(현지시간)에도 예산안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연방정부가 업무를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미국이 셧다운을 피하려면 의회가 내년도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전에 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시한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그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미국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공화당 자력으로 처리가 가능핟. 그러나 공화당 내 강경파 21명이 반대표를 던져 매카시 의장의 발목을 잡았다. 매카시 의장은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국방, 보훈, 국토 안보, 재난 구호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한 정부 지출을 약 30% 삭감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마련했지만, 강경파는 충분하지 않다며 반대했다.하원 민주당도 예산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올해 5월 합의한 지출 총액보다 정부 예산을 더 줄여 각종 복지 프로그램을 삭감했다는 이유 등으로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부결된 임시 예산안은 의회가 전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10월 한 달 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담았다. 이 막판 시도마저 실패하면서 정부 셧다운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AP통신 등은 평가했다. 매카시 의장이 자당 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파는 20여명에 불과하지만 의장 불신임 투표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매카시 의장이 하원 민주당과 초당적 예산안을 마련하는 길조차 차단하고 있다.
10월 1일 0시 이후 셧다운이 시작되면 필수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무급으로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가면서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된다. 현역 군인 130만명은 무급으로 복무하며, 재외공관 등 국가 안보 관련 기관도 계속 운영한다.
항공 운항에 필요한 관제사와 공항 보안 검색 직원 등도 무급으로 일하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립공원은 2018년 셧다운 때 각종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관람객 방문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문을 닫기로 했다.
샬란다 영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브리핑에서 셧다운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1∼0.2% 감소할 수 있으며 0.1%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무려 260억달러에 해당한다면서 공화당의 예산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정부 셧다운(업무 중단)이 군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하며 의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서둘러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포트마이어에서 열린 합참의장 이취임식에서 "하원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내일까지 정부 예산을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 군인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셧다운 기간에도 군인들이 여전히 전 세계에서 임무를 수행하겠지만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셧다운이 오래갈수록 군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우리 군인들이 우리를 보호하는 데 정치 놀이를 하면 안 된다. 완전한 직무 유기다"라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물가 지표와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위험 등에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8.84포인트(0.47%) 하락한 33,507.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65포인트(0.27%) 떨어진 4,288.05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05포인트(0.14%) 상승한 13,219.32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와 연방정부의 셧다운 위험 등을 주시했다.
8월 PCE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4% 오르고, 전년 대비로는 3.5% 상승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해 7월 수치인 전월 대비 0.2% 상승과 전년 대비 3.4% 상승을 모두 웃돌았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8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1% 올라 시장의 예상치인 0.2% 상승을 밑돌았다. 이날 수치는 전달의 0.2% 상승보다 둔화했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로는 3.9% 올라 전달의 4.3% 상승을 밑돌았다. 근원 물가가 지속해서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를 높일 수 있다.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한때 배럴당 95달러를 돌파했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마감 시점에 다시 전날과 비슷한 4.58% 수준까지 올라섰다. 2년물 국채금리도 전날과 비슷한 5.05%에서 거래됐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 금리가 "고점에 이르렀거나 혹은 고점 근처"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셧다운이 발생하면 이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3대 신평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신용등급을 가장 높은 Aaa로 부여하고 있다. S&P는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경제에 부담이 될 수는 있어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은 없다며 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5.7%를,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14.3%를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18포인트(1.04%) 오른 17.52를 기록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