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이·팔 전쟁이도 한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17일(현지시간)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응답해야 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눈 범죄와 관련해 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을 두고 현지에서는 이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사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것으로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이같은 발언에 중동 전면전 확전 우려가 나오면서 뉴욕증시는 긴장하고 있다. 뉴욕증시 뿐 아니라 달러환율 국채금리 국제유가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암호 가상화폐도 제5차 중동전쟁 확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모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며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저항 전선에 의해 선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란 통치자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팔레스타인을 지속적으로 지지해왔다. 이란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자금 및 무장 지원 사실을 숨기지 않아 왔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범죄가 계속된다면, 누구도 이슬람교도와 저항세력에 맞설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가자에 대한 폭격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란이 이번 사태에 공식 개입할 경우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무력 분쟁이 시작된 이후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자리잡은 이스라엘 북부 접경 레바논에서는 이미 충돌이 빈발해지고 있다. 하마스와 연대하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한 미사일과 로켓포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북부에서 우리의 의지를 시험하지 말라"며 개입 움직임에 경고장을 날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곧 이스라엘을 방문길에 오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동 순방을 발판으로 전세계 앞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과도한 확전과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피해 확대를 막는 두가지 과제를 안은 상태에서다. 대선 재선 가도에서 외교 성과에 열을 올리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번 이스라엘 방문에 적지 않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파국을 막고 중동평화의 중재자로 자리매김한다면 득점할 수 있겠지만, 가시적 성과를 담보하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올 경우 안팎에서 역풍에 부딪힐 수 있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을 방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전시 내각과 만날 예정이다. 이어 같은 날 요르단 암만을 방문,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비롯해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만나 확전 방지 노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다른 테러리스트들로부터 국민을 지킬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바이든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을 최소화하고 이들에게 인도적 지원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작전 방안에 대해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등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고 블링컨 장관은 말했다.이스라엘 군 당국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하마스 수뇌부 오사마 마지니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군(IAF)은 이날 마지니가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자지구의 건물을 폭격하는 순간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IAF는 마지니가 하마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슈라위원회의 수장으로서 "포로들을 책임지고,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활동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시간 17일 아침에 끝난 뉴욕증시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에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14.25포인트(0.93%) 오른 33,984.54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5.85포인트(1.06%) 상승한 4,373.63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60.75포인트(1.20%) 뛴 13,567.98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시에서는 넷플릭스와 테슬라, 존슨앤드존슨,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기업 실적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JP모건과 웰스파고 등의 실적 호조로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해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8bp가량 오른 4.70%를, 2년물 국채금리는 5bp가량 상승한 5.10%를 나타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8bp가량 상승한 4.84% 근방에서 거래됐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11월에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0.1%에 달했다. 12월 회의까지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67.2%,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30%가량에 달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2.11포인트(10.92%) 하락한 17.21을 기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충돌이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펼쳐짐에 따라 17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강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1.20%)를 비롯해 코스피(0.98%), 호주 S&P/ASX 200지수(0.42%) 등이 일제히 반등 마감했다.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0.35%)도 상승했다.
코스피는 17일 외국인의 대량 매수와 삼성전자[005930]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전날 대비 1% 상승한 2,460대에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23.93포인트(0.98%) 오른 2,460.17로 집계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0.1원 내린 1,353.6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3.12% 오른 6만9천4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4.75% 급등한 13만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최고 6만9천900원까지 오르며 '7만전자'에 바짝 다가섰다. SK하이닉스는 13만800원으로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삼성SDI[006400](1.95%)와 포스코퓨처엠(1.79%)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기아[000270](-1.91%)와 현대모비스[012330](-1.97%)는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9.84포인트(1.21%) 오른 820.38로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247540](2.68%),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0.46%), 엘앤에프[066970](1.33%), 펄어비스[263750](4.74%), HPSP[403870](3.52%) 등은 올랐으나 에코프로[086520](-0.60%), 포스코DX(-3.85%), HLB[028300](-0.97%), JYP Ent.[035900](-2.34%), 알테오젠[196170](-1.48%) 등은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약 20만개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사이버 범죄자들이나 다크넷 시장에서 압수한 것들로, 법무부나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 관리하고 있다. 이 비트코인은 하드웨어 지갑으로 알려진 암호화된 저장장치에 오프라인 형태로 보관돼 있다.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1조 달러 규모의 디지털 자산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자들은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 보유자들과 달리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 가격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