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몸짓」은 경기검무 예능보유자 김근희, 동지적 전통춤 연기자 명정자, 연출 최수진, 조연출 김가온이 타 지역에 비해 무용 불모지나 다름없지만 신도시의 새 물결로 문명을 일구고 있는 구리 지역에서 젊은 무용 예술가들을 격려하면서 역사의 몸짓을 이어 가는 행위였다. 동시대적인 몸짓으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작업은 무용 교육자의 바람직한 덕목이다.
구리 지역이 자랑하는 예술가 김근희는 경기검무(경기도무형문화재 제53호) 보유자인 교육학 박사로서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 대진대 무용예술학부 교수, 수원 화성문화재 자문위원으로서 경기 지역의 문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오고 있는 무용가이다. 김근희의 과거 작업을 회상하는 지인들과의 담소는 천 편이 넘는 무용 작업을 해온 김근희의 화려한 과거를 회상하게 했다.
‘갈매도당굿전수관’ 현판 아래 지역 예술 진흥에 대한 임수복 전) 경기도 도지사(권한대행)와 이은주 경기도의회 의원의 축사와 김근희 보유자의 답사가 있었다. 구리시 문화예술과 조영훈 과장, 김영주 전) 강원도립무용단 단장, 전미례 안무가, 김광진 전) 문예진흥원 진흥담당관, 원동규 전) 국립극장 조명감독, 허성호 수원 학원엽합회 회장 등이 집중한 공연은 격찬으로 종료되었다.
「천년의 몸짓」은 무사(舞師) 김근희가 전범(典範)이 되는 소박한 행위이며, 구리 무용이 진정성을 갖고 정진한다면 경기도를 넘어 국가를 대표하는 춤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어떤 지원도 없이 꾸린 「천년의 몸짓」은 순수 연행의 모습이며, 구리시 중심의 무형문화유산을 전승·발전시키고, 지역 방문객들의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시키고, 한민족의 전통문화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1부: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보존회), 쟁강춤(손목에 쇠팔찌를 걸고 추는 춤, 피네무용단), 경기검무(경기도무형문화재 제53호, 경기검무보존회), 버꾸춤(중북춤의 대표), 운정한량무(여성 한량무) 2부: 북청사자놀음(국가무형문화재 제15호)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는 남북한을 아우르면서 민족의 화합과 화평을 기원하는 춤이 되었다.
전통춤은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하고 공동체 의식 고양, 타 국가와 차별되는 역사적 가치 보존, 우리 민족의 자존을 높이는 주체적 가치를 전승하는 숭고한 작업이다. 선조들의 얼과 혼을 녹여내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예술가들의 거룩한 책무이다. 태평무(고현서, 김시은, 김다현, 구서혜, 윤채영), 쟁강춤·버꾸춤(장시은, 이은채, 오예진, 조혜린, 안유나), 경기검무(강미선, 김가온, 박은진, 오지영), 운정한량무(강연진, 김가온, 오지영)의 춤꾼들은 공연의 소중한 주인공이자 무용사의 산 증인이 되었다.
특히 ‘북청사자놀음’은 보존회 회장인 강선윤이 집단 연희의 즐거움을 선사한 작품이다. 무리(양반: 송지훈, 꼭세: 오상용, 애원성: 조현아·신혜옥, 무동: 이세론, 무동하: 이명진, 곱추: 박도영, 사자: 박원철·박도영·이명진·이재원, 승무: 강선윤, 퉁소: 조성현·이남민, 북: 동선백, 징: 전숙희)가 벌이는 악가무는 탈춤의 신비와 사자들의 다양한 연기가 곁들여져 익숙한 놀이에도 이국적 낭만을 불러왔다.
「천년의 몸짓」은 독창적 아이디어로 세상의 모든 기쁨을 불러오는 춤과 놀이의 마당을 보여주었다. 가을 단풍으로 물드는 자연의 이치에 가슴 아파하던 사람들을 달래던 아름다운 짓, 그 짓 춤을 집 앞뜰 잔치가 되게 하며 계층과 빈부 차이를 넘어 화평을 가져온다는 생각을 김근희 경기검무 보유자는 생각해 내었다. 「천년의 몸짓」은 가을날의 소풍을 맑고 푸르게 만든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