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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창작무용음악극 '전좌'…'의정부시 승격 60주년' 기념 기획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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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창작무용음악극 '전좌'…'의정부시 승격 60주년' 기념 기획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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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창작무용음악극 '전좌'
「전좌」는 의정부시 주최, 의정부 문화재단·의정부시립무용단 주관의 제42회 정기공연’ 작품이다. 「전좌」는 프롤로그와 6장으로 구성된다. 세계음악제를 수용하는 지역답게 음악성을 강조한 작품은 화려한 무용을 중심으로 진가를 발휘하였다. ‘전좌’(殿坐)는 의정부시 회룡사 입구 사거리, 표지석이 있던 호원동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조선조 초,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이 기 싸움을 벌이고 상봉했던 곳이다. 이성계가 이곳에 머물 때, 대신들이 찾아와 국정을 논했다 해서 조선 최고 관청인 의정부라는 지명이 생겼고, 이 마을에서 불신과 오해를 극복하고 부자 상봉을 계기로 다시금 국운 융성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하여 표지석을 세웠고, 아직 그 내용이 알려진다.

사실(史實)과 문화 바탕의 역작을 안무한 의정부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이미숙, 대본 작가 김은하, 작곡·편곡가 강상구(서울예대 교수), 음악감독 이승희, 음향 조영진, 조명 이중우, 무대 박동기, 의상 엠알리·미라클, 한국뮤지컬협회 등이 창작 주체가 되어 무용극 「전좌」를 준비하였고, 창작진(陣)과 스태프진(陣)을 비롯해 의정부시립무용단 중심의 출연진이 정성껏 작품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좌」는 역사와 문화 측면에서 유서 깊은 의정부시를 재조명, 두 왕의 국태민안, 태종의 나라에 대한 충정과 부친에 대한 효심을 재인식, 문화도시 의정부의 활기찬 미래 발전을 기원한다. 대작 연희는 오랫동안 공연 레퍼토리로서 의정부의 대표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작업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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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좌」는 호기심을 끄는 낯선 제목에 현대적이고 압도적인 규모의 화려한 영상, 조형미가 돋보인 무대장치, 뮤지컬의 분위기를 이식한 음악과 노래, 극성이 강화된 무용단의 연기와 몸짓, ‘역사를 담은 소품과 의상’에 이르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시각적 화려함과 청각적 웅장함, 극적 요소가 결합하여 사실의 진정성이 두드러지는 총체극이 되었다. 음악으로 하나 되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단장 한승연)이 성악적 열정을 보여주었고, 그윽한 서정을 일구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어린이합창단 ‘리틀반한클래식’(지도 한마루, 코치 우유리)이 합세하여 순수한 아이들의 목소리로 꾸밈없는 예쁜 마음을 들려주었다.
프롤로그: 현란한 영상 쇼가 펼쳐진다. 우주는 은하로 가득하고 태고의 시간을 간직한 하늘은 급변한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의 영상은 노래를 부르고 먼 옛날의 사연을 전한다. 동화적 판타지가 연출된다. 하늘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이고 그 사이로 천둥과 번개 소리가 들리더니 별똥별이 빠르게 떨어진다. 세상을 뒤흔들 것 같은 먼지와 바람이 지나간 자리, 모두 멈춘 것 같은 순간, 칠흑 속에서 밝게 빛나는 금빛 척(尺)이 당당하게 꽂혀 있다. 궁중에는 춘앵무 군무에 이어 궁중 입춘이 푸른 기운을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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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꿈결, 하늘의 계시’: 꿈결 같은 하늘의 계시인 듯 금 척을 받든 이방원은 어느덧 신비한 감흥으로 저절로 생기 넘치는 자신감으로 하늘에 경배한다. 깊숙하고 맑은 선동(仙童)들의 노랫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근원을 모르는 곳으로부터 신비감이 쏟아지고, 규모가 주는 분위기와 다양한 오락성이 비주얼을 돋보이게 하고 꽉 찬 음악과 음향은 뮤지컬 기법을 제대로 응용하고 있었다. 시각효과를 입으면서 가까워지는 선동들의 소리 속에는 새로 태어난 나라의 무궁 영화를 기원하는 화관을 등장시키고 있었다.

제2강, ‘녹양평’: 초창기의 조선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궁중에는 평화가 햇살처럼 번진다. 수줍은 듯 오가는 원경왕후를 귀여운 듯 바라보는 이방원의 모습이 애틋하고 정겹다. 나비와 꽃이 함께 춤추고 화답하며 호접(胡蝶), 두 사람의 춤과 노래 또한 꿈길이다. 뒤따라오던 방원을 바라보다 휘청거리는 원경왕후, 방원이 넘어지지 않도록 안아주며 그윽하게 바라본다. 한 편의 연애소설이다. 사랑의 이인무는 무사 이미지를 벗어나 다정다감한 태종의 서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전 세계의 유례가 없는 장편 조선의 부흥을 기원한다.

제3장. ‘오직 사대만이.’: 명나라 사신이 황제의 전갈 서신을 꺼내 들고 조공 내용을 낭독한다. "듣거라. 앞으로 조선은 십 년 동안 봄, 가을 스무 차례, 각 10톤의 금과 은, 각 10톤의 쌀과 보리, 공녀 100수, 화자(환관 후보자) 100수, 말 100필, 해동청(매) 100수를 정해진 날에 명나라에 공물로 상납하도록 하시오.". 사신들은 이성계에게 간단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난다. 대신들이 어처구니없어하고, 이성계 또한 분노한다. 약소국의 민낯이 드러나고 슬픔이 사방에 깔린다. 날이 어두워지고, 초승달이 애처로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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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강. ‘군주, 무거운 왕관’: 익숙한 공식, 출정 전의 밤은 언제나 고요하고 정적이 흐른다. 모두의 사연을 대표하여, 군주의 움직임과 눈빛의 표정 연기를 춤이 조응한다. 밤은 깊어져 가고, 풀벌레의 소리는 요란하다. 잠 못 드는 이방원은 거문고를 조용히 켜고, 원경왕후는 돌아서 있는 방원을 돌려세우며 손을 내민다. 방원은 그 손을 바라보다 결의찬 모습으로 두 손을 맞잡는다. 춤 전개의 익숙한 풍경이다. 역동성 다음에 오는 부드러운 서정, 이지가 잠들고 감성이 판타지를 부른다. 전쟁이 치열해질 것을 암시하는 장(場)이다.

제5장. ‘출정, 위태로운 싸움’: 조선의 기상이 넘실대는 군무가 펼쳐진다. 대취타의 왕의 행차, 이성계가 신하들을 거느리고 들어온다. 병사들은 훈련을 멈추고 왕을 향해 경배한다. 이성계는 단상 위에서 병사들의 힘찬 훈련을 지켜본다. 이성계는 방원 쪽으로 건너가 큰 함에 들어있던 자신의 칼을 출정을 앞둔 방원에게 건넨다. 방원은 위엄이 느껴지는 아버지의 칼에 감격한다. 이성계는 출정을 앞둔 방원에게 아들 인정의 뜻을 전한 것이다. 의기충천한 훈련무와 기합, 태조에게 충성을 맹세한 방원은 의기양양하게 출정한다.

제6장, ‘전좌 마을’: 전좌 마을의 이성계도 대신들과 함께 명나라와의 결과를 기다린다. 파발마가 들어와 허망과 근심의 소식을 전한다. 멀리서 취타대 소리가 들려오고, 이방원과 군사들이 승전고를 울린다. 신하들이 이들을 맞이하고 백성들도 만세를 부른다. 이방원이 아버지 앞으로 다가와 충성의 절을 한다. 두 사람이 끌어안고, 백성들과 신하, 병사들이 환호하며 만세를 부른다. 이방원은 충정의 춤을 춘다. 이성계도 화답의 춤을 추고 신하, 백성 모두가 풍요로운 내일을 기약하는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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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좌」의 예술적 가동력의 세 축은 이미숙(안무 및 예술감독, 성균관대 체육학 박사, 전라북도 문화재위원, 한국예총 의정부지회장, 의정부시문화재 제22호 경기수건충보유자), 유희성(각색 및 연출, 서울예술단 상임 이사장 역임), 김진원(협력안무, 한국무용협회 상임이사)이며, 연기력의 세 축은 노재경(이성계 역, 의정부시립무용단 부수석 단원, 성악: 김상길-제1회 국제뮤지컬콩쿠르 최우수상), 이명근(이방원 역, 의정부시립무용단 단원, 성악: 김민교 2023-국제뮤지컬 콩쿠르 대상), 안현선(원경황후 역, 의정부시립무용단 수석단원, 성악: 최수아-대한민국 국제뮤지컬콩쿠르 우수상)이다.

「전좌」는 영웅 탄생의 형태학(morphology)이 원소가 아니라 마을에서 시작된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풍요의 가능성을 전제한다. 전쟁에서 생명을 이끄는 과정이 근현대사를 닮아 있다. 참가 예술가들은 잎사귀 무성한 여름 풍경의 판타지를 대신한다. 평범한 것들의 고급화, 익숙한 것들의 이질화, 잊히고 있는 역사의 현재화를 통한 이미숙 예술감독의 역량을 가늠하게 한다. 의정부시립무용단은 늘 아쉽고 한정된 조건 속에서도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우수작품들을 생산해 왔다. 「전좌」는 현재의 조건에서 전위되지 않은 묵시적 세계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징검다리 돌 하나를 놓았다. 표지석 하나에서 영감받은 작품은 오아시스의 샘물 같은 의미가 되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