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뉴욕증시와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 선에 육박했다.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오르고 있다. 중동을 둘러싼 긴장이 국제유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최근 이란과 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의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파키스탄은 이에 대해 "테러리스트 은신처에 대한 정밀 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은 이란에 공격당한 지 이틀 만에 보복 공습을 다. 이란 관영 IRNA통신은 공습을 당한 지역에서 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폭격으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지만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파키스탄 정보당국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번 작전이 분리주의 세력인 '발루치스탄해방전선'(BLF)을 겨냥한 공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IRNA 통신은 시스탄-발루치스탄 지역 관리를 인용해 "사라반시 인근 여러 지역에서 폭발음이 수차례 들렸다"고 전했다. 알리레자 마르하마티 시스탄-발루치스탄주 부지사는 외국인 여성 3명과 어린이 4명이 숨졌으며 이후 국경 인근에서 남성 2명이 숨지면서 사망자가 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현지 TV방송 인터뷰에서 사망자들이 모두 외국 국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별다른 소식통 인용 없이 사망자들을 파키스탄 국적이라고 추정했다. 이란 정부는 파키스탄에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한 상태다.
수니파 국가인 파키스탄의 이번 공격은 사실상 이란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접경지인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에 근거를 둔 무장단체 자이시 알아들(Jaish al-Adl)의 군사기지 두 곳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파키스탄 측은 이 공습으로 어린이 2명이 숨졌다고 밝히면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항의 표시로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현재 출국 중인 파키스탄 주재 이란 대사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란은 "파키스탄과는 형제의 나라다"라며 "테러단체만 표적 공습한 것이다"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실제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지난해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승인받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8월 의회 해산으로 과도정부가 집권 중이며 내달 총선도 앞두고 있어 전쟁을 벌이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이란의 시스탄-발루치스탄주는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에서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마약 조직과 발루치 소수민족 반군,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등이 활동하며 지속적인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중동 내 위기를 해소하려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관련해 “가자지구에서 대량학살을 멈춘다면 지역 내 다른 위기와 공격도 종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두 차례 회담했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멈추면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범죄가 멈추지 않는다면 모든 (저항) 전선은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의 발언은 이란을 중심으로 한 반이스라엘 세력, 즉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나왔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접경지에서 이스라엘군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고, 예멘의 친이란 무장반군 후티는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직접적 개입을 꺼리던 이란도 지난 15일 이라크 내 이스라엘 첩보 시설 등을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 같은 날 시리아 북부에 위치한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거점을 공격했으며, 16일에는 이란 내 수니파 독립을 요구하는 무장조직의 파키스탄 근거지를 공습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파키스탄 국민 중 누구도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의 표적이 아니었다”며 “파키스탄 측과 이 문제를 수차례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