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미국 달러화가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월가 주요 금융사들은 내년 들어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매슈 혼바크 거시경제 전략가와 제임스 로드 외환·신흥시장 수석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말 달러화 가치가 현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앞으로는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 효과를 뺀 실질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위험 선호심리 개선 효과가 맞물리면서 달러화에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질 금리 하락으로 달러화를 보유할 상대적인 매력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투자심리 개선으로 비(非)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포인트72 애셋매니지먼트의 소피아 드로소스 전략가는 달러화에 대한 낙관론이 이미 가격에 많이 반영됐다면서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에서 성장세가 회복될 경우 달러화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로소스 전략가는 유럽연합(EU)이나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행보 등을 언급하며 "내년 들어 글로벌 경제가 강해질 수 있는 기반 요소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JP모건의 미라 챈던 글로벌 외환전략 공동수석도 "연준이 상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달러화가 상대적인 금리 및 성장세 우위를 잃게 된다면 달러화 약세가 매우 커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 정지로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에도 추가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0원 오른 1435.0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2.0원 하락한 1431.0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하락하는 듯했으나, 오전 10시께 상승세로 전환해 11시께 1,438.3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점차 상승 폭이 줄었지만, 1,430원 중반대를 유지했다. 탄핵 심판이 종결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트럼프 정부 출범 전 대미 협상 창구 공백에 대한 우려도 높다.
Fed가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올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연준이 당장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내년과 내후년 금리 전망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변경할 경우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 내린 106.87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3.33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 기준가(937.31원)보다 4.02원 하락한 수준이다. 일본 BOJ도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현재로선 동결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주필/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