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오순이의 ‘내 마음의 풍경’展…사라져 가는 순수에 대한 그리움

공유
7

오순이의 ‘내 마음의 풍경’展…사라져 가는 순수에 대한 그리움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72X91cm이미지 확대보기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72X91cm
오순이 단국대 동양화과 교수의 ‘내 마음의 풍경’展이 5일부터 11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2층에서 열리고 있다. 너른 공간에 고향을 불러온 그녀는 도시라는 미명하에 사라져 가는 야트막한 산들, 고향 같은 마을의 부재, 정겨운 사람들의 상실을 두고 가슴 아파하며 그리움으로 그린 그림들이 그녀의 ‘마음속의 풍경’展에 담긴다.

‘내 마음의 풍경’이란 커다란 주제는 전시작들의 공동 제목이다. 스물다섯, 그녀의 분신들은 다양한 크기로 아늑한 동경, 포근함이 내려앉은 고요함, 깊은 심호흡으로 마주하는 정겨움을 고스란히 앉은 채 숲의 향기와 새 소리를 껴안고 있다. 그녀의 자연에 대한 성찰은 신의 응시와 보통사람들의 온기를 가슴으로 느끼며 그림을 대하는 그윽한 수묵의 존중에 이른다.
발묵, 수묵에서 번진 채색은 아부의 원색을 피하고 의지의 색깔로 도도한 자존의 경지를 견지한다. 그녀는 이즈음 작품들의 들뜸을 경계하고, 소복이 그리움으로 차분히 내려앉아 쌓인 밤 눈(雪)처럼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직분을 생각해내는 기도를 들여앉힌다. 그녀의 그림들을 다 감상하면, ‘아, 그리움’이 차오르고, 울음할 수 없는 울음이 가슴에 몇 방울 맺힌다.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55X69cm이미지 확대보기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55X69cm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55X69cm이미지 확대보기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55X69cm
그녀가 마주한 부드러운 새소리와 은은한 숲은 그녀의 창작 동인(動因)이 된다. 그녀는 마음의 눈을 열고 가슴에 담아 두고 싶은 오래된 명작을 느긋하게 바라본다. 세상이 자연과 소통하는 경건한 방식, 화선지 위에 한 점, 한 획으로 자신을 정화하며, 작은 행복으로 가는 즐거운 의식이 진행된다. 오순이의 숲은 작은 재잘거림, 간지럽힘, 붓의 유희를 품어 준다.

고운 빛깔과 청아한 소리로 빚은 그림은 화선지 가득 웃음의 향기가 배어있다. 그녀의 그림마다 등장하는 빨간 지붕들, 그녀의 렌즈에 영원히 존재할 상징이다. 풋풋한 그녀의 그림이 숙성되면, 먹빛은 좀 더 짙어지고, 나뭇가지들은 몸통을 더 불릴 것이다. 푸른 먹빛이 아가씨들의 치장을 입으면 산은 유쾌해지고, 나무들은 여러 색깔의 잎들과 짝을 지을 것이다.

천변(川邊)의 강아지풀과 구절초가 가을과 별리(別離)를 청할 때, 순이의 명작은 가을의 짙은 낙엽 내음을 토해놓는 노랑의 깊이감을 보여준다. 자연과 분리될 수 없는 그녀의 그림은 때론 겨울 얼음을 걸친 고성(古城)의 도도함에서 서민들의 더위를 식혀주었던 추억을 남긴 나무들의 일상과 조우한다. 기암절벽과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180×475㎝ 장엄한 트임은 장관이다.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41X91cm이미지 확대보기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41X91cm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72X90cm이미지 확대보기
오순이 '내 마음의 풍경' 72X90cm
빨간 지붕이 있는 집은 한국화가 오순이가 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다. 눈에 갇혀 행복했던 그 겨울의 추억과 눈물처럼 영롱하고 아름답고 슬펐던 가을의 영혼을 마주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두 겹, 세 겹, 무(無)겹으로 펼쳐지던 오순이의 상상은 145×290㎝의 채색에 이르면 빨강은 그랑 블루의 판타지를 창출한다. 나무들이 정령이 되어 지키는 마을은 행복에 젖는다.

그녀의 수묵산수화에서 겸허의 예, 인간이 살고 있는 집은 늘 나무나 숲의 규모를 감히 벗어나지 않는 성냥갑 보다 작고, 인간과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주변을 살핀다. 한국화가 오순이는 ‘내 마음의 풍경’을 통해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그녀에게도 밝은 햇살이 그리운 가을이 오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 깊은 수묵향이 좀 더 스며들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