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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태풍 때 안전처·기상청 홈피 다운 첫 화면 용량 큰 게 원인…미래부·보훈처·외교부·노동부도 10MB 이상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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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태풍 때 안전처·기상청 홈피 다운 첫 화면 용량 큰 게 원인…미래부·보훈처·외교부·노동부도 10MB 이상 최악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지진과 태풍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에게 재난 안내를 해야 할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홈페이지가 다운되면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홈페이지의 첫 화면(메인 화면) 용량이 일본 기상청에 비해 큰 게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런데 홈페이지 첫 화면의 용랑이 큰 사례는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홈페이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 국가보훈처, 외교부, 고용노동부 등 대부분의 중앙부처의 홈페이지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과 웹·애플리케이션(앱) 평가·인증 전문기관인 웹발전연구소가 처음으로 45개 전 중앙행정기관(중앙부처)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용량을 측정한 결과 국민안전처와 기상청이 용량을 줄였어도 일본 기상청의 7.7~6.1배이고, 최고 85.5배까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홈페이지 첫 화면 용량이 작은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첫 화면이미지 확대보기
홈페이지 첫 화면 용량이 작은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 첫 화면
웹발전연구소는 일본 기상청과 비교할 때는 45개 중앙부처 모든 기관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과 국민안전처보다도 메인 화면 용량이 큰 기관이 대부분이며, 이들 기관들은 이에 대해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에게 공공정보 접근 권리를 보장하고 정책 참여의 수단이 되어야 할 중앙부처의 홈페이지가 외관에 치중한 나머지 과도하게 무거운 것이다. 부처 홈페이지가 국민과의 소통 창구라기보다 부처 홍보를 위한 창구로 전락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민안전처가 한 달이 넘도록 다운 원인을 못밝힌 것도 문제가 크다.

웹발전연구소가 45개 중앙부처 홈페이지의 메인 페이지 용량을 측정한 결과를 살펴보면 첫 화면이 가장 무거운 홈페이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꼽혔다. 미래부의 첫 화면을 보는데 필요한 용량이 15.4메가바이트(MB)에 달했다. 반대로 홈페이지가 가장 가벼운 곳은 국민권익위원회로 1MB였다. 두 부처의 홈페이지 용량은 15.4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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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에 이어 국가보훈처(13.4MB), 외교부(11.2MB), 고용노동부(11.2MB)가 홈페이지를 보기 위해 10MB 이상의 데이터 전송량을 요구했다.

5MB 이상 10MB 이하 홈페이지도 새만금개발청,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무조정실, 교육부, 조달청, 법제처,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국세청, 문화재청, 경찰청 등 14곳에 달했다.

홈페이지 용량이 크면 사용자가 접속을 시도하는 기기에서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내려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특히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을 시도하면 해당 부처의 서버에 부하가 걸려 다운되기 십상이다. 지난 9월 12일과 19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연이어 먹통이 된 것도 갑자기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과도한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는 첫 화면을 보는 데 필요한 용량이 0.18MB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불필요한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텍스트 위주로 구성했다. 이에 따라 실제 접속 속도도 매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국내 부처 홈페이지는 대체로 국정 홍보에 초점을 두고 있어 많은 이미지를 배치해 용량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우리 기상청도 최근 홈페이지 전면 개편에 나섰다. 이번 조사에서 기상청의 홈페이지 용량은 국민권익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1.1MB를 기록했다. 여전히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보다는 6.1배 용량이 크다.

물론 홈페이지 용량을 줄인다고 해서 해당 사이트가 빨리 열리는 것은 아니다. IT 인프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최적화 여부에 따라 성능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다. 아무리 가벼운 홈페이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서버에서 운영된다면 수시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하물며 용량이 몇 배 이상 큰 홈페이지라면 제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문형남 숙명여대 IT융합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 겸 웹발전연구소 대표는 "지진 발생 당시 기상청과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다운되면서 뭇매를 맞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부처 홈페이지가 기상청과 국민안전처보다 용량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다양하고 종합적인 성능 테스트는 물론, 중앙부처 홈페이지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