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교육의 하향평준화 우려되는 외고•자사고 폐지

기사입력 : 2017-06-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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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용 편집국 부국장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교육 덕분이다. 학부모들이 나는 못 배웠지만 내 자식만큼은 공부를 시켜 출세하도록 해야겠다는 높은 교육열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물론 치맛바람이 ‘강남8학군’을 형성해 과외를 부추기고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대선후보들은 너도나도 교육정책을 내놓으면서 단골로 ‘고교 평준화’ 메뉴를 들고 나왔다. 지금의 고교 평준화 정책은 1974년 시작됐다. 그러나 고교 평준화 정책은 당초 취지와 달리 교육의 상향 평준화가 아닌 하향 평준화를 불러왔다.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기르는 게 아니라 그들의 실력을 끌어내려 보통 수준으로 만들자 평준화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는 고교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1980년대에 외국어고에 이어 2000년대에 자사고를 개교했다. 지금 외고와 자사고는 전국 고등학교의 3%에 해당하는 80여 곳 정도다. 우수한 인재들이 외고와 자사고로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자 일반고가 황폐화해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외고•자사고를 없애겠다고 발언한 후 친 전교조 교육감들이 이에 화답하며 경쟁하듯 외고•자사고 폐지를 서두르고 있다. 그들이 외고•자사고의 폐지를 주장하는 데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외고를 나온 학생이 대학을 진학할 때 어문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외고•자사고의 폐지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교육당국이 철저한 감시를 통해 외고와 자사고의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교육을 못하게 하고 감독을 하면 되는 사안이다.

전국 1653개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법인 이사장들의 모임인 한국 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회장 최현규)는 최근 성명을 통해 “외고•자사고가 사교육을 조장한다거나 평준화 체제를 흔든다는 비객관적인 이유로 폐지 계획을 공식화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특목고는 다양한 교육과정과 특성화 프로그램, 수준별 수업 등을 도입함으로써 해외 유학생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고 반대했다. 외고와 자사고 운영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지, 학교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인사들이 “용기가 없어 아들에게 대안 학교나 다른 삶을 조언해주지 못했다” “외국어를 잘해 보냈지만 입시 학원 같았다” “그런 줄 알았으면 안 보냈을 걸” 등의 치졸한 변명을 하며 내 자식을 이들 학교에 보낸 것도 그들의 폐지 주장에 설득력이 없음을 방증한다.

정권의 핵심인물이거나 진보교육감의 자녀가 외고와 자사고를 나온 실태를 살펴보면 한두 인물이 아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의 자녀가 외고 또는 자사고를 나왔다. 요즘 유행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다.

교육당국의 외고•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학부모들은 “자사고 학생이 실험용 쥐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사립학교 이사장과 교장도 동참했고, 외고 교장단은 긴급회의를 열어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 각 학교 동문회와 공동으로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이제, 우리는 공교육의 정상화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야 한다. 귀족학교로 불리는 외고•자사고를 무조건 폐지할 게 아니라 설립 목적에 걸맞은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사고가 입시 위주의 교육보다는 다양한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교육당국은 먼저 행정지도를 하는 게 순리에 맞다.

뿐만 아니라 일반고를 특색 있는 ‘교과중점학교’로 지정해 외고와 자사고 못지않은 수준 높은 교육을 유도함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교육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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