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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인물연구] 반도체 왕국 인텔(Intel) 제6대 회장, 크르자니크(Krzanich) 전격 사퇴… 무어의 법칙 저버린 대가· 여직원 염문설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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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인물연구] 반도체 왕국 인텔(Intel) 제6대 회장, 크르자니크(Krzanich) 전격 사퇴… 무어의 법칙 저버린 대가· 여직원 염문설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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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반도체 왕국 인텔(Intel) 제6대 회장, 크르자니크(Krzanich) 전격 사퇴… 무어의 법칙 저버린 대가· 여직원 염문설 일파만파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 인텔의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가 전격 물러났다.

인텔은 한국시간 22일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CEO의 사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크르자니크 CEO 사의설은 그동안 미국 증시에서 설로 나돌았으나 끝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크르자니크 CEO의 사임 이유는 인텔 직원과의 부적절한 성관계 때문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텔은 간부들에게는 내부 직원과 교제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크르자니크 CEO가 이 규정을 어기고 내부 직원과 교제한 사슬이 드러나 물러나게 됐다.

크르자니크는 CEO로 재임하면서 인터넷 기반 컴퓨팅과 고속 메모리칩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량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아왔다.

인텔 이사회는 현 로버트 스완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임시 CEO 역할을 맡기면서 후임 CEO 인선을 위한 후보 물색 작업에 착수했다.

인텔의 여섯 번째 CEO였던 브라이언 크르자니치는 1959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에서 태어났다.
그는 과수원 농장뿐이던 시골 샌타클라라에 인텔이라는 기업이 들어서고 실리콘밸리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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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자니크는 이를 지켜보며 인텔 입사를 꿈꾼다.

새너제이 주립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소원대로 인텔에 입사한다.

그때가 1982년이다. 1996년까지 뉴멕시코 주에 있는 인텔의 반도체 공장에서 CPU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로 일했다. 1996년 엔지니어에서 관리자로 변신했다.

2007년부터는 회사의 주요 임원으로 인텔의 물류(SCM)를 책임지게 되었다. 2012년 1월 인텔의 2인자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올랐다

2013년 5월 모바일 대응 실패와 건강상의 문제로 물러난 전임자 폴 오텔리니의 뒤를 이어 인텔의 CEO에 올랐다.

입사 30년 만에 일개 사원에서 회사를 책임지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거듭난 것이다.

CEO로서 업적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실패의 연속이었다.

2016년 5월 스마트폰용 모바일 CPU를 만드는 사업을 포기했다. 이에 따른 손해는 100억달러에 이른다. 모바일 CPU를 만드는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인텔은 경쟁사 퀄컴처럼 모바일 CPU와 네트워크 칩셋이 하나로 합쳐진 원칩 대신 LTE나 5G를 위한 네트워크 칩셋만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도 과거 경쟁자로도 생각지 않았던 엔비디아의 약진 때문에 힘을 쓰지 못했다. 인텔이 인공지능 칩셋과 기술로 밀어붙였던 '제온 파이'와 '오픈 CL'은 엔비디아의 '테슬라'와 '쿠다'에 밀려 업계 표준의 자리를 내주고 만다.

인텔은 인공지능 칩셋의 이름을 연산보조장치(코프로세서, co-processor)로 정의했으나 이는 엔비디아와 젠슨 황이 제안한 'GPGPU(일반목적용 그래픽프로세싱유니트)'에 밀려 거의 쓰이지 않는다.

웨어러블기기 사업도 실패했다. 크르자니크와 인텔은 2014년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 베이시스 사이언스를 1억 달러에 인수하고 다양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잊히고 말았다. 결국 2016년부터 사업부를 정리하고 2017년에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만다.

범용 사물인터넷 칩셋을 만들겠다는 꿈도 무너졌다. 크르자니크가 야심차게 진행한 범용 사물인터넷 모듈인 에디슨, 갈리레오, 줄, 큐리 등은 모두 실패하고 2017년 초 사업을 접고 만다. 개발자를 상대로 소소하게 칩셋을 판매하는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그런대로 성공을 거두었다. 크르자니크는 용도 변경이 가능한 반도체(FPGA) 업체인 알테라와 자율주행차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모빌아이를 각각 167억달러와 153억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인공지능 반도체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앞서 나갔다.

총체적으로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크르자니크의 미래 설계가 이렇게 실패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구 개발의 부재(不在)를 이유로 꼽는다.

또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메모리 사업을 접고 CPU 시장에 진출한 후 인텔을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으로 키운 인텔의 3대 CEO 앤디 그로브는 '무어의 법칙' 을 실현하는데 인텔의 역량을 집중했다. 자본과 인력을 갈아 넣어 무어의 법칙을 강제로 실현했다. 그결과 반도체 시장을 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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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자니크는 앤디 그로브의 경영철학을 무시했다.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무어의 법칙보다 인텔과 파트너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반도체 미세화 공정 투자와 CPU 관련 신기술보다는 자신이 제안한 미래 산업들에 회사의 연구 개발 역량을 모았다.

무어의 법칙을 외면한 결과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 사이 인텔의 오랜 경쟁자였던 AMD는 차세대 CPU 아키텍처 개발에 집중해 4년 넘게 벌어져 있던 인텔과의 CPU 기술 격차를 단숨에 따라 잡았다.

그 와중에도 인텔의 주가는 꾸준히 올랐다. 크르자니크는 CEO에 오른 이후 주가를 두 배나 끌어올렸다. 인텔의 고객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 인터넷 서비스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인텔의 CPU를 대량으로 구매, 인텔 주가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의 서버용 CPU는 생산하기 무섭게 이들의 데이터센터로 흘러들어갔고 인텔의 영업이익도 나날이 증가했다. 미래 설계 전략에 실패하고도 주가만은 살렸다.

크르자니크는 지난해 부터 구설에 휘말렸다.

인텔 CEO가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최소 주식인 25만주를 제외한 나머지 보유 주식과 스톡옵션 88만9878주를 매도해 2400만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내부자 거래 의혹을 받기 시작했다.

크르자니크는 인텔의 CEO로서 그 누구보다 멜트다운과 스펙터를 잘 아는 인물이다. 구글이 인텔에 멜트다운과 스펙다운을 알려준 시점은 지난해 6월이며 이때부터 보안 패치 개발이 시작되었다.
[글로벌 CEO] 반도체 왕국 인텔(Intel) 제6대 회장, 크르자니크(Krzanich) 전격 사퇴… 무어의 법칙 저버린 대가· 여직원 염문설 일파만파
[글로벌 CEO] 반도체 왕국 인텔(Intel) 제6대 회장, 크르자니크(Krzanich) 전격 사퇴… 무어의 법칙 저버린 대가· 여직원 염문설 일파만파


크르자니크는 회사의 악재를 앞에 두고 주식을 매도했다.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라는 의심을 피하기 힘든 처사다.

내부자거래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이용해 해당 기업의 주식을 거래하는 것으로 선량한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로 간주된다.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