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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외국 전문인력 유치 창구 ‘H-1B 비자’ 사각지대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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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외국 전문인력 유치 창구 ‘H-1B 비자’ 사각지대 손본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사진=로이터
미국 기업들이 외국의 전문직 근로자를 유치하는데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해온 H-1B 비자 제도가 손질될 예정이어서 관련 국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H-1B 비자 제도는 미국 기업들이 청원 방식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 노동자들을 후원해 자사에 취업시키는 제도다.
미국 정부가 지정한 기간 미국에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비이민 비자에 속한다. 미국 체류 기간은 기본적으로 3년이 허용되고 최장 6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미 의회의 승인을 거쳐 매년 승인되는 H-1B 비자 청원자의 규모를 제한하고 있어 청원 쿼타가 채워지고 나면 다음해까지 기다려야 한다. 연간 쿼타는 현재 6만명으로 묶여 있고 대부분을 IT 인력이 풍부한 인도 출신 근로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H-1B 비자를 발급받는 절차는 전문인력을 채용하고자 하는 고용주가 청원을 접수한 뒤 추첨을 통해 비자 심사 대상을 정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사를 통과해 승인받은 사람에게 최종적으로 H-1B 비자가 발급된다.

불공정 시비 끊이지 않은 H-1B 비자 추첨 개선


21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H-1B 비자 업무를 소관하는 미 국토안보부는 전날 발표를 통해 H-1B 비자 프로그램을 개편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개편의 방향은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H-1B 청원 과정의 공정성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복수의 고용주가 H-1B 비자 청원을 접수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데 비자 청원 추첨 과정에서 당첨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고용주가 취업 예정자 한 명에게 청원을 몰아주는 폐단이 있어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H-1B 비자 추첨은 H-1B 비자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첫 번째 관문으로 추첨을 통과한 뒤 심사를 통과해야 H-1B 비자가 최종적으로 승인된다.

실제로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외국의 전문인력을 채용하려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 근로자 1명에 대한 H-1B 비자 청원을 중복 신청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H-1B 비자 추첨이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같은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복수의 미국 기업이 한 근로자에 대한 H-1B 비자 청원을 중복해 신청하는 관행은 H-1B 비자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것이다. 미 이민서비스국(USCIS)도 “여러 회사를 통한 복수 신청자를 걸러낼 방법은 아직 제도적으로 없다”고 시인할 정도다.

H-1B 비자 복수 신청 사기행위에도 적극 대응


이같은 제도적인 맹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미 국토안보부가 밝힌 H-1B 비자 프로그램 개선 방안의 핵심이다.

국토안보부는 “현행 규정에 따르면 다수의 미국 기업이 취업시키고자 하고자 한 개인의 H-1B 심사 추첨 대상자로 복수 청원하는 것이 가능해 불공정 시비가 있었다”라며 “한 개인의 H-1B 비자 청원 기회를 한차례로 국한해 복수 청원으로 인한 불공정 시비를 차단하고 투명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비자 프로그램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공모해 H-1B 청원 신청서 접수와 관련해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난 5월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이번 개편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도 보완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 소재한 IT 업체들을 비롯한 IT 기업 수십 곳에서 자신들이 채용하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H-1B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100여 곳이 넘는 비자 컨설팅 업체들와 손잡고 청원 접수와 관련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아울러 H-1B 비자를 통한 외국 취업자들을 미국의 IT 대기업들이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국토안보부는 밝혔다.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지난 2021회계연도의 경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H-1B 비자 청원서를 가장 많이 접수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세계 최대 포털 사이트 구글, 세계 최대 컴퓨팅업체 IBM,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H-1B 비자 제도를 통해 취업한 해외인력의 대부분을 고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