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해 첫날 만난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는 "대부업체들마저 부실을 우려해 대출 문을 닫으면서 걱정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누스는 1976년부터 자신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더 많은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 신용대출을 하는 이른바 '그라민은행 프로젝트(Grameen Bank project)'를 실험했다. 그라민은 방글라데시어로 '마을'이다. 그라민 은행으로부터 소액 대출을 받은 600만 명의 빈민들 가운데, 58%가 빈곤에서 벗어났고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원금 회수율이 99%에 달했다. 그라민 은행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빈곤 구제 방법론에 영감을 줬고 다른 형식의 소액 대출이 활성화되는 데 촉매 역할을 했다.
저신용자에게 무이자로 대출을 내어주므로 사업의 영속성에 의문이 들게 된다. 하지만 상환율은 90%가 넘는다는 게 이창호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의 소액대출은 만기가 없고 상환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연체율 통계를 내는 게 사실상 의미 없다"며 "다만 대출금을 지급받은 후 5년이 넘도록 대출금을 갚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으면 미상환자로 분류하는데 2012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누적 대출금 20억6798만원(5563건) 중 미상환액은 5969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환율이 높은 이유로는 대출금 지급과 더불어 지원되는 맞춤형 자활 지원 프로그램을 꼽았다. 그는 "취약계층에게 무이자로 소액대출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자활 가능성을 높이기 어렵다"며 "협약된 기관을 통해 대출 수혜자들에게 맞춤형 취업·창업 상담을 해주고 병원 치료가 필요하면 후원자가 운영하는 병원과 연결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성실 상환자에게는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도록 지원도 한다. 2019년 서민금융연구원 주관 아래 한성저축은행과 손잡고 금융소외계층을 위해 선보인 '착한대출'이 좋은 예다. 착한대출은 더불어사는사람들에서 대출 혜택을 받은 이들 중 성실 상환자에게 300만원 한도로 한성저축은행이 저금리로 신용대출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금리는 연 3% 수준이다.
다만 12년째 더불어사는사람들을 이끌어 온 이 대표지만 올해는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데다 물가가 오르면서 취약계층의 삶이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서민들의 자금수요는 늘었지만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제도권 대출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을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가 확산된 2020년 초부터 대출 문의가 급격히 늘면서 한정된 기금으로 대출을 다 해주지 못하는 게 고민이었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다른 양상"이라며 "아무리 소액대출이라지만 생활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대출받은 사람들도 재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지난해 12월 대출 관련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연말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자 대출 문의가 역대 최고로 몰렸다"며 "올해는 1인당 대출한도를 낮춰 수혜자를 늘릴지 아니면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운 수혜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대출금을 지원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달 26일 대부업계 1위 러시앤캐시는 연체율이 높아지자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신규대출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그는 끝으로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이창호 대표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이 10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장기간 후원의 끈을 놓지 않는 후원자들 덕분"이라며 "올해는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