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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1년] 100조원 만기도래..."자금이탈 막아라" 은행권 다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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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1년] 100조원 만기도래..."자금이탈 막아라" 은행권 다시 악몽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 도래…은행 수신 경쟁 재현
예금금리 4%대 이어지며 대출금리도 '들썩'...기업·가계 불안

12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2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레고랜드 사태' 1년을 맞아 100조원 규모의 은행 예금만기가 도래하면서 금융권이 다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채권시장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권 예금에 대거 몰렸는데 이달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 자금의 향방에 따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최근 9월 금융위기설이 없다며 불안을 잠재웠지만, 시장을 중심으로 9월 위기설이 재점화되며 불안이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태' 1년을 앞두고 100조원 규모의 은행 예금만기 재연장이 은행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4%대로 앞다퉈 올리며 자금이탈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은행권 정기예금(12개월) 중 최고금리가 연 4%를 넘는 상품은 6개다. 전북은행의 'JB123정기예금'이 연 4.15%로 가장 높고 이어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연 4.1%),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연 4.05%)과 IM스마트예금'(연 4%),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연 4.02%) 등이다.

이처럼 지난해 말 연 5%대까지 치솟았던 은행 예금금리는 올해 상반기 시장금리가 내리면서 연 3%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연 4%가 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 말 고금리 특판의 만기가 다가오자 이를 통해 끌어모았던 자금을 재예치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새 불어난 금융권 정기예금이 116조4000억원은 달한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정기예금 잔액이 944조원임을 감안할 때 시중 자금의 예금 쏠림 현상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은행들의 이러한 자금 재유치 경쟁이 채권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금융시장 발작을 야기시킨 레고랜드 사태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보증이행 대신 기업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된바 있다.

당시 지자체가 발행한 채권도 믿을 수가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시중 자금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진 은행채에 몰렸고 은행채가 시중 유동성을 계속 빨아들이자 결국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은행채 발행 자제령을 내렸다.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은 크게 예금과 은행채 발행 두가지인데 은행채 발행이 막히면서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으로 필요한 자금을 끌어 모았고 예금금리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예금금리가 오르자 대출금리까지 급격히 따라 오르면서 '레고랜드 나비효과'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레고랜드 사태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셈이다.

수신금리 인상과 은행채 발행 물량이 커지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점점 어려워 질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월 3일~9월 11일)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 발행금액은 1조4622억원으로 집계됐다.

CB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일종의 채권으로,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특징이 있다. 하반기 상장사들의 자금 수요가 늘면서 발행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량도 급증했고 금리 역시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는 3조7794억원 순발행(신규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많은 것)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7조40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순 발행 규모다. 만기 예금을 돌려주기 위한 용도 등으로 은행들의 자금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기준 민간채권평가사 5사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평균 금리는 3.901%로 지난달 9일(3.843%) 보다 0.058%포인트 올랐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에 도래하는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에 대한 선조달 수요도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은행채 발행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이미 1년물과 2년물 은행채 발행량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그간 공급이 없던 3년 이상 구간까지 발행이 확대되면서 전일 동일 만기 민평 대비 오버 발행되는 발행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금리 변동성 경계감이 확대된 상황에서 은행채 공급 과잉이 단기적으로 회사채의 약세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