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성별에 따른 근무여건 선호도가 노동시장에서 남녀간 임금격차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에 임금격차를 성별로만 따지며 '유리천장'이라고 묘사하던 연구방법이 일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유연근무 △재택근무 △육체적 강도 △업무강도 △업무자율성 △업무독립성 △발전가능성 △업무보람 총 8개 항목을 통해 직업별 '근무여건(Job amenity) 지수'를 산출했다.
이수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이러한 직업들은 육체적 활동이 적고 유연 근무, 재택 근무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인의 업무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육체적 활동이 수반되며, 단순 반복 위주의 강도 높은 업무가 많은 건설·광업 단순 종사자, 물품 이동 장비 조작원, 가계장비 설치·정비원 등은 근무여건 지수가 가장 낮았다.
근로여건이 좋은 직업군에는 여성·저연령·고학력 근로자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이 과장은 "여성의 경우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유연한 근무 형태가 가능한 일자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학력 근로자들은 육체적 능력을 덜 요구하는 인지적 일자리,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전문직 일자리에 더 많이 근무한다"고 말했다.
근무여건이 좋은 일자리에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면서 이러한 직업에 종사하면서 얻은 심리적 만족감을 화폐적 가치로 반영하면 남성과 여성간 임금 격차는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남성과 여성의 시간당 임금에 근무여건을 반영하면 남성의 임금 증가율은 38.8%인 반면 여성은 44.8%로 증가폭이 더 높았다. 이로 인해 남성 대비 여성의 소득 수준은 근무여건 반영 전 70.5%에서 반영 후 73.6%로 3.1%포인트(p) 높아졌다.
이 과장은 "이러한 결과는 여성들이 근무여건이 좋은 일자리에 더 많이 종사할 뿐만 아니라 근무여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라며 "성별 임금격차 중 일부가 근무여건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