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전방위적 가계대출 조이기에 잠시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가계대출 반등 원인으로는 신생아특례대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확대 등 정부의 금융지원 확대가 꼽히고 있어서 이러한 '정책 엇박자'가 가계부채 관리에 혼선을 야기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5조6255억원 늘어난 699조193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 9개월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2월 말 향후 금리 상승을 DSR 산정에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3월(-2조2238억원) 감소 전환했다. 하지만 이 흐름 이어가지 못하고 2개월 만에 반등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초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생아특례대출의 공급이 종료되지 않는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산 2년 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정에 연 1~3%대의 저리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과 전세 자금을 빌려준다. 낮은 금리로 출시 3개월 만에 신청액이 5조원을 돌파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3월에도 가계대출이 실질적으로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스트레스 DSR 도입에 따른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을 포함한 버팀목, 디딤돌대출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은 통상 2~5월 경 자체 재원으로 우선 공급하다가 이 재원이 소진되면 이차보전 형태로 은행 재원을 끌어다 쓴다. 은행권 재원으로 공급되는 정책대출은 은행 가계대출에는 포함되지 않으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 처럼 보이는 착시를 일으켰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몇 개월 살펴보면 이차보전으로 공급되는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매월 3조원 정도 증가했다"며 "3월에도 이 정도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3월 중 가계대출 잔액은 실질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초 기대와 달리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초 대출금리는 낮았던 것은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향후 고금리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예상과 달리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될 우려가 커지는 만큼 지난달과 같은 가계대출의 증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큰 상황이라 고금리가 길어질 수록 연체율이 서서히 오를 수 밖에 없다"면서 "대환대출 서비스로 은행간 경쟁이 활성화 되면서 금리가 조금 낮아지는 부분은 있지만 더 이상 정책적으로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보니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