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보다 218억 엔(약 1899억원) 증가한 1조2034억 엔(약 10조2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역대급 엔저 흐름을 타고 지난 2월 1조1614억 엔까지 늘었던 엔화 예금은 지난 3월 1조1557억 엔으로 소폭 줄었으나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진 원·엔 환율(하나은행 매매기준율 종가 기준)은 올해 들어 910원대까지 회복하더니 대체로 880~890원대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900원대를 잠시 회복하더니 이달 들어 860~870원대까지 내렸다.
시장에서도 엔저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반기 중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일본은행도 엔화값 폭락에 당초 예상보다 이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0.25%포인트(p) 인상 시점을 9월에서 7월로 변경했다. 또 내년 1월에 추가로 더 인상해 0.5%, 내년 2분기에는 0.7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엔화 수준이 낮은 것은 맞지만 단기간에 급격한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지난해 11월 원·엔 환율이 85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엔화값이 쌀 때 사두는 엔테크족이 급증했지만, 이들 역시 엔저 장기화로 6개월 가까이 환차익을 보지 못하고 있어서다. 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환율 특성상 엔화 가치가 더 내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완화적 스탠스를 지속하고 미국 물가 압력이 지속되는 한, 엔화는 추가 약세 압력이 예상된다"면서 "올해 달러 대비 엔화가 과도하게 약세를 보였으며, 일본 당국의 개입으로 155~160엔이 새로운 저항구간으로 인식되어 달러·엔 환율의 상승도 160엔 안팎에서 제한될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