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개인소비가 최근 약화되면서 성장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그간 미약한 성장흐름을 보였던 유럽 경제는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6일 'BOK 이슈노트-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미국 소비는 팬데믹 충격 후 급감했다가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원, 고용 호조 등으로 빠르게 회복해 주요국 중 유일하게 장기(2010~2019년) 추세 수준을 상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재화소비가 금리에 민감하고 자동차, IT기기 등 고가 내구재를 중심으로 둔화됐다. 또 식료품 등 생필품의 증가세도 약화되고 있어 소득계층별로는 저소득층 소비가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누적된 데다 소비모멘텀을 지지해왔던 초과저축이 소진된 영향이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은 팬데믹 이후 미국 가계가 축적한 초과저축액이 지난 3월을 전후로 완전히 소진된 것으로 추정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2조1000억 달러에 달했던 초과저축액은 지난 4월 -2000억 달러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반면 미국과 달리 팬데믹 이후 장기간 부진에 시달렸던 유로지역 소비 흐름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
유로지역 민간소비는 2022년 이후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 소멸, 러·우전쟁 리스크, 금리인상 등으로 미약한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 흐름은 팬데믹 이전 장기 추세를 회복하지 못했으며, 특히 재화소비는 횡보 흐름을 지속했다.
이는 미국보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컸던 탓이다. 특히 유로지역은 미국보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데, 제조업 경기가 장기간 위축 국면을 지속함에 따라 가계 실질소득이 부진했다. 실제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가계소비도 더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유로지역은 에너지·식료품 수입의존도가 높아 러·우전쟁의 여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유로지역 소비는 최근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가계 실질소득이 디스인플레이션에 힘입어 최근 증가 전환됨에 따라 향후 재화소비를 중심으로 긍정적 영향이 예상되서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의 점진적인 통화 긴축 완화는 시차를 두고 소비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현아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다만 금융여건이 여전히 긴축적인 데다 통화정책 파급시차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야 그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처럼 재화소비 부진이 완화될 경우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생산→소득→소비'의 선순환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소비가 둔화되고 유럽지역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은 대미국 소비재 수출 증가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장은 "우리나라의 대미 소비재 수출 증가세는 우리기업의 수출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양호하겠지만 미국 소비의 완만한 둔화흐름 지속이 예상됨에 따라 점차 낮아질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유럽의 경우 실질소득 확대, 금융여건 완화 등에 힘입어 소비와 제조업경기가 나아질 경우 그간 부진했던 대유로지역 수출이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