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원·엔 환율 900원대가 붕괴되면서 엔화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투자자들은 1년 가까이 전전긍긍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 당국이 엔화가치 하락 방어에 나섰다는 추정이 제기되면서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지난 임기 내내 '약(弱)달러'를 선호했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21일 금융권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달 초 162엔을 넘봤던 엔·달러 환율이 157엔 선으로 후퇴했다. 3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던 이달 초와 비교하면 엔화값이 달러당 4엔 넘게 뛴 셈이다.
바닥 모르고 추락하던 엔화 가치가 반등하면서 엔화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엔화 투자가 급증한 것은 100엔당 900원이 무너지면서부터인데 '금리 정상화'가 시작되면 금세 반등할 것이라고 믿었던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840원대까지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전전긍긍'하던 터라 이번 엔화 반등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또 엔화예금은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곳에 투자했으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도 점차 커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5978억 엔에서 원·엔 환율이 900원대가 무너진 6월 9373억 엔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나더니 9월엔 1조 엔을 넘어섰다. 이후 증가세가 계속 이어져 지난 6월 말 기준 1조2929억 엔까지 늘었다. 엔화 반등을 노리고 가계와 기업이 투입한 자금만 대략 7000억 엔 정도로 추산되는 셈이다.
'역대급 엔저'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 가치를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최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달러 약세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엔화에 베팅한 투기자금이 환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강세 기조가 가시화된 엔화의 추가 흐름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추가 강세 시 엔화 약세에 베팅한 투기자금의 청산이 이루어질 수 있음은 예상외로 엔화 강세 폭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