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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좋아도 지방살면 서울대 진학률 '뚝'…부모 경제력·거주지 영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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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좋아도 지방살면 서울대 진학률 '뚝'…부모 경제력·거주지 영향 커

명문대 진학, 75%는 부모 경제력에 좌우…선천적 잠재력은 25% 불과
서울 출신의 높은 서울대 진학률의 92%는 '거주지역 효과' 작용
한은 "서울 출신 유리한 입시 환경이 수도권 집중 심화시켜"
악순환 고리 끊는 해법으로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 제안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원서접수가 시작된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의대 입시 학원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원서접수가 시작된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의대 입시 학원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과 비서울 지역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률이 두배 이상 차이나는 데는 약 8% 정도만 학생의 잠재력으로 설명되고, 나머지 92%는 지역 간 소득수준 차이, 사교육 환경 차이 등 잠재력 이외 요인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입시 경쟁에서 서울 고소득층 학생들에게 유리한 구도가 서울 거주 선호를 강화하고 서울 집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더 나아가선 수도권 인구집중을 강화하고 저출산을 심하시키고 있다면서 악순환을 끊기 위한 해법으로 대학교 학생 선발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한은은 26일 'BOK 이슈노트-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이 제안했다. 보고서 작성자는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정종우 과장, 이동원 실장, 국립부경대학교 김혜진 교수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입시경쟁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져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사교육에 참여한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연평균 4.4% 증가했으며, 물가를 고려한 실질금액 기준으로도 연평균 2.1% 늘었다.

전반적인 사교육비 증가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부담은 커져 가는 반면, 상위권대 입학생의 고소득 서울 출신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2010년 소득수준별 상위권대 진학률은 소득 상위 20%가 5.9%, 소득 하위 20%는 1.1%로 고소득층의 명문대 진학률이 저소득층 보다 5.4배 많았다.

또한 2018년 서울대 입학생의 32%는 서울 출신 일반고 학생들로 조사됐다. 강남 3구 출신은 서울대 입학생의 12%를 차지했는데 전체 일반고 학생 중 서울 출신은 16%, 강남 3구 출신은 4%에 불과하다는 점에 서울대 내 서울 출신 학생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서울 출신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지방 학생들보다 높은 것은 학생의 잠재력 보다는 부모 경제력과 거주지역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저자들이 중학교 1학년 수학성취도 점수를 학생 잠재력 측정의 지표로 삼고 부모 소득이 상위 20%인 학생과 나머지 학생들의 상위권대 진학률을 산출해보면, 동일한 잠재력을 가진 경우에도 소득 상위그룹 학생이 하위그룹 학생보다 상위권대 진학률이 더 높았다.

아울러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 중 약 25%는 학생의 잠재력으로 설명할 수 있고, 나머지 75%는 잠재력 이외 요인을 포괄하는 '부모 경제력 효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두 소득그룹의 실제 상위권대 진학률은 상위그룹이 5.9%, 하위그룹이 2.2%로 집계됐다. 두 그룹의 진학률 격차는 3.7%포인트(p)인데 이를 동일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조정해도 격차는 여전히 2.8%p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실제 격차인 3.7%p 중 2.8%p(75%)는 부모 경제력 효과, 나머지 0.9%p(25%)는 학생의 잠재력 차이가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모 경제력 효과와 더불어 거주지역 효과도 지방 출신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낮은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8년 서울대 진학률은 서울 출신이 0.85%로 비서울 출신의 0.33%보다 0.52%p 높았는데 잠재력 기준으로 진학률을 추정한 결과 서울 0.44%, 비서울 0.40%로 0.04%p로 격차가 축소됐다.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 중 약 8%(0.04%p / 0.52%p)만이 학생 잠재력 차이로 설명되고, 나머지 92%는 거주지역 효과가 작용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모 경제력 효과와 거주지역 효과가 단순히 입시 불평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요 명문대에 서울 출신 학생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지역적 다양성이 점차 축소되고 이는 결국 우수한 지역에 거주하려는 선호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에 한은은 큰 사회적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실효성 높은 방안으로 대학 신입생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번 한은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기준과 전형방법 등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한은은 기존의 서울대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형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성적이 타 전형 학생과 대등하다고 강조하면서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학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선을 그었다. 실제로 2019년 서울대 입학생 성적을 지역별로 보면, 비수도권 중소도시나 읍면지역 출신 학생의 성적이 다른 지역 출신 학생보다 뒤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균형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4년내내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높은 학점을 받았다.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은 강남 3구 출신이 많았는데 이는 강남 3구 출신 학생의 낮은 성적은 재수로 인한 번아웃, 낮은 전공만족도 등 입시경쟁의 부작용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은 제도 도입의 기대효과로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 완화 △대학 내 지역적 다양성 확보 △구조적 사회문화 완화 등을 제시했다.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서울에 집중된 입시경쟁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집중,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 및 만혼 등의 문제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생의 정서불안을 줄이고 교육성과를 높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