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지연에 대출절벽 도미노 공포…돈줄 마르는 서민들

역대급 가계대출 폭증으로 금리인하가 늦춰지고 대출절벽이 현실화되면서 연말까지 서민 고통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경고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기조 강화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문이 좁아지면서 자금마련 계획이 틀어진 차주들이 2금융, 신용대출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까지 한도를 제한하면서 중·저신용자 차주들이 제도권 대출 문턱에서 밀려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들은 이달 들어 신용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신용대출 규제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KB국민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면서 아직 신용대출을 규제하지 않은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시장에서는 주담대를 누르니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6월(-2143억원)과 7월(-1713억원) 두 달 연속 감소했는데 8월에는 8495억원 급증했고 아직 9월 들어서는 5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아직 9월 첫째 주가 막 지난 시점에서 지난달 증가폭(8495억원)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풍선효과가 1금융권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벌써부터 대출규제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에 이어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도 대출 실수요자들 몰리는 풍선효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7월까지 감소세를 나타냈는데 지난달부터는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6월 중 1조7000억원 감소했는데 7월에는 감소폭이 2000억원에 그쳤다. 8월은 아직 통계 발표 전이지만 증가세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은행권 대출에서 밀린 고신용자가 2금융권으로 몰리면 중·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에서 탈락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제를 앞세워 압박하자 은행을 시작으로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 카드사 등으로 대출문이 전방위적으로 좁아졌다. 당장 자금이 급한 실수요자들은 P2P금융과 대부업 문턱을 두드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21년은 막 금리 인상이 시작된 시기이지만 고금리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다.

서민들의 대표적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 등 9개사 합계)은 7월 말 기준 41조2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론 잔액은 올해 들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1월 39조212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뒤 5월에는 40조5186억원까지 늘며 사상 처음으로 40조원대를 넘어섰다

카드론을 찾는 서민들이 많아진 것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로 살림살이가 퍽퍽해진 탓이다. 여기에 저축은행 등 다른 제2금융권이 부실 관리 목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 수요가 확대됐는데 연말 대출절벽이 현실화되면 서민경제 밑바닥부터 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가계, 기업 등 민간부채 부실화가 위험수준에 도달했다"면서 "경기악화에 따른 기업실적 부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상환부담 증가 등으로 민간부채의 연체율과 부도율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