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금융정책 입안과 금융감독 기능을 구조적으로 손질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금융위원회 해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현재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를 별개 기구로 신설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커진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등 야 3당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공동 발의했다. 현재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을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정책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간판을 바꿔 달아 수행하는 게 골자다. 또 금융감독정책과 금융감독집행을 일원화하기 위해 금감위 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고, 소비자보호기구를 따로 떼어내 금소위를 신설하면서 사실상 금융위의 발전적 해체가 담긴 법안이라는 평가다.
대표 발의자인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책기능이 기재부로 이관되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 금융위 조직은 폐지된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정권 교체기 또는 새로운 국회가 들어설 때마다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금융정책, 금융감독,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을 공약했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여야 대선 캠프 소속 위원들이 금융위 해체 취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임기가 끝나면서 모두 폐기됐다.
야권이 다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불지핀 데는 최근에 발생한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금융위와 금감원이 금융사의 건전성을 우선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금융위가 핀테크 등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금융회사의 잘잘못을 감시·감독하는 역할도 담당하는 건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는 문제 의식에서 이번 기회에 현 금융감독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금감원은 2022년 6월 티몬·위메프와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하고 분기별 이행점검을 시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티몬·위메프 사태를 방관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이 가계대출 관리 메시지와 관련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감독기구 일원화에 힘을 싣는다.
지난달 2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면서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가계대출 관리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 원장의 발언 이후 은행권은 자율적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대출문이 갑자기 좁아지면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할 경우 오히려 국민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개별 금융회사가 리스크 수준, 차주의 특성 등을 스스로 평가해서 투기적 수요를 제한하는 등 상황에 맞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다만 금융감독 조직개편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금감위를 부활시키고 금소위를 신설하는 '쌍봉형 금융감독체계'가 비효율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현재도 금융위와 금감원이라는 두명의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 같은 형태"라면서 "금감위와 금소위로 감독기구가 이원화되도 마찬가지고, 현재 금융위와 금감위의 엇박자처럼 두 기관이 갈등을 빚거나 엇박자를 내지 않으라는 법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