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0만원을 빌려주는 정부의 소액생계비대출 서비스에는 11만명이 몰리면서 올해 한도 1000억원이 곧 소진될 상황에 놓였고, 비영리 민간단체의 소액대출 서비스도 금융위기 시절 수준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지난해 13만2000명에게 총 915억원 규모로 공급됐는데 이 추세라면 올해 공급 목표인 1000억원도 곧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급전을 찾는 서민들의 발길이 많아진 것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빚으로 버텨온 서민 경제가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밑바닥부터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7월부터 취약계층의 자금난이 심각해졌다고 우려한다. 제도권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에게 무이자로 소액 대출을 해주는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의 홈페이지는 7월 이후 접속량이 평월 대비 두배가 넘게 늘었다. 평소 매월 4000~6000건의 접속이 이뤄졌지만 7월(1만549건)과 8월(1만754건) 두 달 연속 1만건대 기록했다. 9월에도 첫째 주에만 3723건의 접속량을 기록해 8월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연간으로는 올해 누적 접속량은 6만289건으로 2023년(3만6148건)을 이미 훌쩍 넘긴 상태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은 2012년부터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재원으로 불법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에게 30만원 안팎의 급전을 빌려주는 단체다. 금융감독원이 급전이 필요하다는 민원인에게 이 단체를 소개할 정도로 대표적인 서민금융 민간단체다.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는 "대출 문의는 2021년 코로나 막바지에 급증했다가 2022년, 2023년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2021년 수준보다 더 늘었다"면서 "특히 지난해 대출 문의가 감소한 것은 정부의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영향으로 추측되는데, 올해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데도 문의가 폭증하고 있어, 그만큼 서민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민 대출문이 더 좁아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치솟는 가계대출을 잡기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은행권에서 밀린 고신용자들이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 2금융권 대출에 몰려가면 2금융권에서 밀린 차주들이 대부업체를 찾고, 대부업체에서 마저 대출을 거절당한 차주들을 갈 곳을 잃기 때문이다.
이에 법정 최고금리(현재 연 20%)를 일시적으로 상향해 서민자금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위권 대부업체가 이익을 낼 수 있는 법정 최고금리는 24~25% 수준인데 2021년 24%에서 20%로 법정 최고금리를 내렸고, 조달금리 마저 오르면서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소액생계비대출 등으로 취약차주들을 보호한다고 해도 재원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민간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