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졌다. 한은이 최대 장애물을 가계부채로 지목해 이달 증가 규모에 따라 금리인하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달 가계대출 규모가 8월의 절반 수준인 5조원 가량으로 축소되고 10월까지 흐름이 이어진다면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 금통위는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찍으면서 물가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금융시장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금리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9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5조원 안팎 정도로는 내려와야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4월(+5조1000억원), 5월(+6조), 6월(+5조9000억원), 7월(+5조4000억원), 8월(+9조3000억원) 등 매월 5조원 넘는 증가폭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8월에는 10조원 가까이 늘면서 영끌과 빚투가 열풍이었던 2021년 수준까지 확대됐다.
한은은 가계대출의 전체 규모 보다는 GDP 대비 비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자체적으로 추산한 결과 금융권 가계대출 매월 5~6조원 증가하면 GDP 대비 가계비율은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 매월 5조원 이내의 가계대출 증가는 금융시장 안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재 추세로는 9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5조원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큰 편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연기로 막차 수요과 8월에 집중적으로 몰렸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규제도 강화된 채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일(9영업일)까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7조4877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2조123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초 9영업일 증가액(3조9382억원)과 비교하면 1조8147억원이 적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함께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이 발표되고 있는데, 가산금리 인상에 이어 대출한도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7~8월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련 대책이 발표됐지만, 대출 신청일과 실제 집행일의 시차가 큰 주담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9월 중순부터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의지도 확고한 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미국의 피벗 이후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회에서 "가계대출은 9월부터 시행된 정책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9월은 추석 연휴로 은행 영업일수가 감소해 대출 잔액 증가율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또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로 2금융권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에 한은이 10월까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을 지켜보고 11월에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준의 빅컷으로 국내 경제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한은이 10월 초까지 흐름만 지켜본 뒤 선제적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나 국책 연구기관 등 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짐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지표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파월 의장의 언급과 연준 결정은 선제적 대응 필요성에 더 힘을 실어준다"면서 "한은도 연준에 메시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결국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