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으로 은행이 대출 판매 채널을 줄여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는 의도지만 애꿎은 대출모집인과 실수요자 피해가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달들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전국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고, NH농협은행도 거래 중인 3개 대출모집 법인의 취급 한도가 10월 분까지 모두 소진되면서 다음달 말까지 모집인을 통한 대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기업은행 역시 다음달 2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수도권 영업점에서 모집인에게 접수 자제를 부탁하거나 접수가 원활하지 않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문이 막히면서 시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대출모집인은 은행원을 대신해 대출 상담사가 대출 상품을 소개하고 연계해 준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시 부동산 중개업자가 고객에게 대출모집인을 소개해 주는 식이다. 대출 절차와 필요서류를 안내해주고, 계약서 작성을 대행해 주는 등 발품 팔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는 이점이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직원만으로는 신규 고객 유치와 대출 업무 처리에 한계가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대출모집인 제도가 가계부채 관리의 구멍으로 지목된 데에는 금융권 가계대출이 폭증한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 신규 주담대의 49.9%(11조4942억원)를 대출모집인이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올해 상반기 한때 전체 주담대의 3분의 2에 가까운 물량을 대출모집인에 기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모집 법인과 상담사들은 금융당국과 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책임 떠넘기기에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기 이전에도 대출모집인이 유치해 온 주담대가 전체의 절반 정도였는데 이 비율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총량이 늘었다고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중단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대출모집 법인 관계자는 "사실상 업무가 중단된 상태로 10월까지는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11월 이후에나 개점휴업 상태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출모집인은 판매 채널일 뿐인데 이를 왜 제한하는지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결국 화살은 혼란을 부추긴 금융당국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연기로 막차 수요를 자극해 놓고 이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 은행권을 비판고 자율적인 수단을 강구할 것을 압박하면서 주먹구구식 규제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자율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가계부채를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대출 여력이 없거나 대출 수요가 몰리는 은행들에서 극단적인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대출 수요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은 금리 인상밖에 없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에도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내부에서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7월부터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했다"면서 "스트레스 DSR 2개월 연기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 탓에 가계부채 관리가 쉽지 않아졌고, 이를 당국이 컨트롤 하려고 개입하면서 마치 전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 집값이 오히려 오르는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판매 채널을 제한한다고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