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펑크'로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정부 배당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경쟁력과 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온다.
20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은의 건전성과 과도한 정부 배당이 도마위에 올라 지적받고 있다.
이어 기업은행(4668억원), 인천국제공항공사(2248억), 한국수출입은행(1847억원) 순이다. 이에 산은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의 정부배당은 1조5296억원으로 약 71.7%에 달한다.
정부 배당금 중 국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5.0%였다. 하지만 2021년 31.8%, 2022년 54.4%, 2023년 57.6% 2024년 71.7%으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정부배당 확대는 정부가 세수 부족분을 국책은행의 배당으로 메꿔 보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단기성 요인으로 인한 호실적에도 배당을 확대하면서 국책은행의 수익성·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산은의 경우 지난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대손충당금과 투자지분 손상차손 약 1조4000억원이 환입되면서 순이익이 급증했다. 2021년에도 HMM 전환사채 보통주 전환에 따른 처분이익 1조8165억원 덕에 순이익이 2조4618억원에 이르렀다. 이 같은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산은은 4000억원 중후반대의 순이익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산은은 보유 중인 한전 지분 탓에 지분법 손실이 발생하며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다. 산은은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의 BIS 비율을 0.06%포인트(p) 끌어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를 전후로 한 2021∼2023년 원가 밑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안고 심각한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
지분 31%를 보유한 HMM 역시 주가가 1000원 내려가면 산은 BIS 비율은 0.07%p 하락한다.
이에 산은의 BIS 비율은 2019년 이후 14~15%대를 유지하다가 2022년 3분기에 13.08%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곤 올 1분기까지 줄곧 13%대에 머물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14.25%로 올랐다.
산은의 BIS 비율이 오르긴 했지만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3월 산은의 BIS 비율을 높여주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 등을 현물출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LH 주식이 시장에서 매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현물을 넘기고 현금을 챙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은행 역시 정부에 대한 과도한 배당으로 시중은행 대비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중금채 발행액은 171조73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0조 5230억 원) 대비 6.98%(11조2130억원) 늘었다.
중금채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또는 대출을 위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국채 만큼이나 안전하고 국채나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투자처로 여겨진다. 다만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금채 발행액 증가가 마냥 반길일 만은 아니다.
이에 기업은행의 정책금융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정부에 과도하게 배당하기 보다는 자산 건전화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책은행 수장들이 정부 배당을 유보하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6월 "산은이 독일의 정책금융기관인 KfW처럼 정부에 배당을 하지 않고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게 된다면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서 "평균적으로 매년 4000억~5000억원 정도의 배당을 한다는 가정하에 3년 정도 배당을 안 하고 자본금으로 쌓으면 1조5000억원가량 자본금이 늘어 15조원의 대출 여력이 생긴다"고 정부 배당 한시적 유보를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국책은행의 정부 배당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이)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정부에) 지급하고 있어 산은의 장기적인 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