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예상대로 이달 추가 금리인하했지만 내년부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으로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으로 지난달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들어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궤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트레이드’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셈법은 연준보다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한은의 11월 금리 동결을, 연준의 12월 0.25%포인트(p)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한은은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며 금리를 0.25%p 낮췄다. 그러나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동결' 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가계부채 자극 등의 영향을 면밀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속 금리 인하에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미 연준의 경우 9월 FOMC에서 빅컷(0.50%p 인하)과 11월 0.25%p 인하에 이어 12월 0.25%p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선물(FFF) 시장은 이번 FOMC 회의 이후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반영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집권하는 내년부터는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한은이 올해는 가계부채와 집값을 우려해 한 차례만 금리를 인하하고 내년부터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명목 중립금리의 중간값인 2.5%까지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존 전망 경로를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대규모 관세 부과와 확장 재정을 골자로 한 공약은 경기 방어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연준의 내년 1월 FOMC에서 현재 4.50~4.75%인 기준금리가 4.00~4.25%로 내릴 확률을 한 달 전 64.5%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30.4%까지 낮춰 반영하고 있다. 사실상 12월 FOMC에서 연준이 0.25%p 금리를 내린다고 가정할 때 내년 첫 회의부터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셈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였던 2018년~2019년 관세 인상과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초기 1년가량은 근원 물가 상승률이 높아졌었다"면서 "지금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때보다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파월 연준 의장의 갈등도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부터 파월 연준 의장의 사퇴를 요구해 왔고, 선거운동 기간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을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월 의장에 대해 "2026년 임기가 끝나면 재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금리 결정과 관련해 "최소한 대통령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통화정책 개입 가능성을 주장한 바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은 한은의 금리 인하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고환율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데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지면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환율 상승 압력이 금리 인하를 발목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수준인 2.0%p까지 벌어졌던 한·미 금리차는 올해 연준이 0.75%p, 한은이 0.25%p 금리를 내리면서 1.50%p로 좁혀진 상태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