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내년 3월까지 1만2000가구 순차 입주가 이뤄지면서 잔금대출 수요가 3조원 이상으로 예상돼 파급력이 상상 이상이다.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이미 지난해의 3배를 넘어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을 틀어막았지만 2금융 풍선효과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대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이 연말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출 확대에 여전히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연말까지 은행별 대출액이 이미 제출한 올해 계획 수준을 넘어설 경우 내년에 필요한 대출한도를 줄이는 사실상의 '대출총량제'를 부활시키면서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은행들이 내년까지는 대출을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둔촌주공 입주 예정자 잔금대출로 설정한 한도금액은 총 7500억원 수준으로 최소 3조원으로 예상되는 대출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부족한 대출공급은 결국 2금융권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수요가 옮겨붙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둔촌주공 입주자들은 은행들이 내년 초 경영목표를 다시 수립하고 연간 대출한도가 '리셋'되는 내년으로 입주를 미루는 상황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둔촌주공 잔금대출의 건전성이 확보된 만큼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시장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둔촌주공 잔금대출의 경우, 건전성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입주자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라면서 "급증한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실수요자의 상황에 따라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을 옥죄자 2금융 풍선효과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행정안전부, 예금보험공사와 공동으로 오는 18일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대한 합동 정기검사에 나선다.
이번 새마을금고 정기검사는 금감원의 연간 계획에 잡혀 있던 것이지만 새마을금고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가계대출 관리 적절성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10월 은행권과 2금융권을 합친 금융권 전체 가계부채 증가 규모는 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새마을금고가 1조원을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새마을금고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대출이 부실화하자 가계대출을 돌파구로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둔촌주공 잔금대출의 경우 우량 입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서 부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작심하고 영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새마을금고 입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했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무시하고 대출영업을 확대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새마을금고는 주택담보대출 거치 기간을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만기도 30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 대출만기는 최대 40년으로 시중은행과 비교해 10년 더 길고 거치기간도 최대 4년 적용하고 있었다. 통상 대출만기를 늘리면 대출한도가 확대되고, 거치기간을 운영하면 차주들의 초기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