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대출문을 꼭꼭 걸어잠그면서 연말 대출한파가 거세다.
은행 대출이 막힌 고소득자들이 울며겨자먹기로 2금융권으로 향하고 금융당국이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2금융도 규제를 강화면서 서민·실수요자의 '돈 구할 곳이 씨가 말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은행채 금리가 내리면서 은행권 대출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따라 그간 조달금리가 내려도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수요에 대응해 왔는데 예대금리차를 확대해 이자이익을 늘린다는 비판이 커지자 지난달부터는 더이상 가산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혼합형·고정형) 금리를 종전 4.03~5.43%에서 3.84~5.24%로 하향 조정했다. 신한은행도 주담대 상품 금리를 지난달 22일 4.14~5.45%에서 29일엔 4.0~5.3%로 내렸고,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주담대 금리를 4.151~5.651%에서 3.962~5.462%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금리가 내려도 은행들이 사실상 대출을 내주지 않으면서 자금이 급한 실수요자와 서민들이게는 '그림의 떡 '이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경상성장률 내에서 가계대출 증가 폭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연말까지 은행별 대출액이 이미 제출한 올해 계획 수준을 넘어설 경우 내년에 필요한 대출한도를 줄이는 사실상의 '대출총량제'를 부활시키면서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은행들이 대출문을 닫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연말까지 가계대출 잔액을 줄이지 못한 은행은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하향할 계획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신용점수 900점대 고신용자라도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비대면 대출로 돈 빌릴 수 있는 곳이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2금융권 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의 판매를 연말까지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급전이 필요한 고신용자가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고신용자 대상 상품인 'SBI퍼스트대출'의 10월 기준 신규취급액 중 신용점수 900점 초과(NICE 기준) 비중은 전월(40.18) 대비 5.04%p 오른 45.22%로 집계됐다.
2금융권도 '풍선효과를 차단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은행권에 이어 대출문을 닫고 있다. 지난 5일 신협중앙회는 다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는 대환대출 제한이 수도권에 한정됐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해가 바뀌어도 대출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경제 성장률 이내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인데 한국은행이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은 1.9%로 1%대 저성장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시행도 예고돼 있어 돈 구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