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극심해 주로 저가 상품을 찾는 취약계층의 부담이 고소득층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칩플레이션은 같은 품목의 상품 중 저가 상품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보면 팬데믹 이전에는 분위 간 상승률의 격차가 미미했으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는 저가-고가 상품 간 상승률 격차가 크게 확대되는 칩플레이션이 나타났다.
한은은 국내에서 칩플레이션이 심화된 요인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 △저렴한 상품으로의 지출 전환 등을 꼽았다.
아울러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 간 실효물가의 격차를 벌림으로써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각 소득계층이 같은 품목 내에서 저가·고가 상품에 대해 얼마나 지출하는지를 가정한 후 스캐너 물가지수의 상승률 데이터와 결합해 계층별 실효물가를 추산해본 결과, 2019년 4분기~2023년 3분기 중 하위 20% 저소득층 실효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13.0%로 집계됐다. 이는 상위 20% 고소득층 11.7%보다 1.3%포인트(p) 높다.
같은 품목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이 있지만 공식 물가지수는 대표성이 있는 특정 상품만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된다. 이에 따라 각 가계가 실제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라면도 1000원 미만의 저가 상품부터 3000원 이상의 고가 상품이 있지만 물가지수에서는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
조강철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저소득층이 더 고통받는 칩플레이션은 물가 급등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결국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 특히 중·저가 상품의 가격안정에 집중함으로써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지원 시 중·저가 상품에 선별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